전주훈 삼분의일 대표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
국내 매트리스 시장은 30년간 에이스침대(1위)와 시몬스(2위) 양강 체제였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았다. 한 번 구매하면 10년 가까이 쓰는 특성 때문에 소비자도 브랜드 인지도를 따져 제품을 샀다.

이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렌털 업체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데 이어 또 다른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국내 매트리스 제조 시장에 뛰어들어 1년 만에 매출 50억원을 올린 삼분의일 등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삼분의일은 품질과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을 점유해나가고 있다.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는 미국 매트리스 업체 지누스의 사업보고서를 보고 사업을 구상했다. 지누스는 미국 아마존에 입점해 온라인으로 매트리스를 판매하며 ‘대박’을 낸 업체다. 전 대표는 “미국에선 지누스 캐스퍼 등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이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시제품 1000여개 '1년 실험'… 삼분의일, 대기업 장악한 매트리스 시장 흔들었다
전 대표는 2016년 9월 시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목표는 ‘누웠을 때 흡사 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매트리스’를 내놓는 것. 1년간 1000여 개의 시제품을 뽑아냈다. 척추측만증 허리디스크 등 다양한 이유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50명에게 1000개의 매트리스에 모두 누워보게 했다. 피드백은 다음 시제품에 반영했다.

그렇게 만들어낸 완성품은 5개의 다른 메모리 폼을 겹쳐놓은 제품이다. 대부분 폼 매트리스는 제일 밑에 단단한 폼이, 상부에 부드러운 폼이 순서대로 3~4개 겹쳐 있다. 수백 번의 실험 결과 삼분의일은 ‘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그 순서를 뒤집었다. 네 번째 층에 제일 부드러운 폼을 넣었다. 세 번째 층에는 몸의 굴곡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폼을, 두 번째 층에는 출렁임을 방지하기 위한 단단한 폼, 첫 번째 층엔 바람이 잘 통하게 하는 폼을 올렸다.

시제품 1000여개 '1년 실험'… 삼분의일, 대기업 장악한 매트리스 시장 흔들었다
삼분의일이라는 회사 이름에는 또 다른 목표가 담겨 있다. 고급 매트리스의 3분의 1 가격으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슈퍼싱글 기준 69만원으로 에이스침대(150만~200만원), 템퍼(350만원)에 비해 훨씬 낮다. 이 가격을 실현하기 위해 유통과 물류 비용 절감에 집중했다. 삼분의일은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전 대표는 초기 자본금 2억원 중 1억5000만원을 매트리스 압축기계를 구입하는 데 썼다. 매트리스를 압축해 배송에 들어가는 5만~10만원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전략이다. 전 대표는 “7t의 하중으로 폼 매트리스를 초압착시켜 택배 박스에 넣어 배달하기 때문에 배송비가 1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삼분의일은 작년 7월 판매를 시작해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 50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1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단순 매출은 에이스침대 등에 비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진입장벽이 높은 매트리스 시장에서 올린 성과라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삼분의일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자 비슷한 매트리스 스타트업이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