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잇따라 통화하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에 합의한 여세를 몰아 독일과 캐나다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더 깊은 무역 관계를 위한 워싱턴(미국)과 브뤼셀(유럽연합)의 논의를 강력히 지지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와도 대화를 시작했다. NAFTA 개정을 위해선 캐나다 동의가 필요하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에서 무역문제를 논의했으며 “(두 정상이)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최대 과제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지난 22~23일 워싱턴DC에서 재개된 두 나라 간 무역협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다만 현재 분위기로는 미국이 유리하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AFTA 개정에 합의한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국을 거론하며 “그들은 대화를 원하지만 지금은 대화할 적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국 경제는 위안화 급락과 증시 하락 등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미국 경제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시간을 끌수록 미국이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 깔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 언론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달 이미 예고한 대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500억달러 규모의 상대방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주고받았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더 강력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 제품 600억달러어치에 대해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수입액이 지난해 5050억달러로 중국의 대미(對美) 수입액(1300억달러)보다 월등히 많아 관세 부과액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