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뒷짐만…적극적으로 갈등 봉합해야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카풀 운전자 단체인 카풀운전자연맹 '카풀러'는 최근 택시업계에 대한 강력한 규탄 성명을 내놨다. 택시 업계가 카풀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건 여러번 있지만, 그 대척점에 있는 단체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카풀러는 "택시업계는 카풀이 택시 시장을 잠식해 대중교통을 교란시킨다는 억지 주장을 철회하라"며 "택시 업계가 국민들의 택시 수요를 모두 맞춰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없다면 택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폄하하고 방해하는 이기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카풀 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풀 앱 '풀러스'가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알선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택시 업계는 해당 현행법을 근거로 카풀 사업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카풀 사업을 생존권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이면서 카풀 합법화에 대한 어떤 논의도 거부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는 "카풀 합법화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카풀 문제는 택시 산업을 말살하고 택시 종사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가 극심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혁신성장정책과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려고 하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4차위는 지난해 출범 이후 카풀앱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보겠다고 했지만, 카풀 업체와 택시 업계의 대화의 창구 역할 조차 해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택시 업계의 해커톤 불참 선언으로 번번히 대화도 무산됐다.
무관심 속에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카풀 앱 풀러스의 경우 한 때 네이버-미래에셋 합작펀드와 옐로우독, SK,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등의 참여로 22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아내는 등 승승장구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대표가 사임되고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택시 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강력한 리더십과 결단력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부가 나서서 세워야 하고,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도출한 후에 데이터를 가지고 모호한 규정을 올바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