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사진)이 “전기요금의 원가 이상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원가 이하를 받고 있는 가정용 누진제의 1단계(월사용량 200㎾h 이하) 요금을 높여야 한다는 소신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전기료 원가 이상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김 사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고 전력 소비자들이 쓴 만큼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소비자들이 쓴 만큼 내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전기를 적게 쓴다고 해서 반드시 소득이 낮다고 할 수 없다”며 “취약계층의 복지 할인액만 (올해) 5500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전력 저소비층엔 1인 가구 등이 다수 포함돼 있어 취약계층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전력요금 체계는 가정용에만 3단계 누진율을 적용하고 있다. 1단계에 ㎾h당 93.3원, 2단계(201∼400㎾h)에 187.9원, 3단계(400㎾h 초과)에 280.6원을 각각 부과한다. 이 중 ‘원가 이하’ 요금을 부담하는 1단계 가구는 총 800만 가구에 달한다.

‘전력 저소비 가정이 저소득층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란 김 사장의 주장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최근 발언과도 배치된다. 백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는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저소득 가구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누진제에 손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고소득층일수록 외부 경제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해 가정 내 전력 사용량이 적은 반면 가정주부와 노년층, 다자녀 가구 등은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어야 하기 때문에 전력 다소비 가구에 포함될 수 있다”며 “전기요금을 갖고 1970년대식 소득재분배 논리를 들이대는 건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