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시에서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가 재개됨에 따라 면세점과 화장품 등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23일 관련주 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뎌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롯데면세점과 백화점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제재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유커 더 들어오나… 신세계·애경산업 등 면세점·화장품株 '들썩'
◆‘면세점·화장품주 랠리’ 또 올까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는 이날 2만6000원(9.15%) 오른 31만원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시가 관내 여행사에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을 팔아도 된다고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9% 이상 급반등했다.

호텔신라(5.50%) 현대백화점(3.97%)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2.86%) 등 다른 면세점주도 함께 상승했다. 애경산업(6.71%) 아모레퍼시픽(5.45%) LG생활건강(5.21%) 등 화장품주도 실적 개선 기대감에 일제히 급등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가 면세점과 화장품주에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하이가 중국 내 경제·금융 중심지로 구매력이 매우 높은 도시란 점을 고려하면 면세점업계에 숨통이 트이는 일”이라며 “이미 조금씩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데 북한 핵 관련 논의 진전 여부에 따라 향후 전면 개방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몇몇 여행사에 국한됐고 온라인 영업은 여전히 규제 대상이란 점에서 당장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교류 정상화가 합의됐지만 올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보복 이전의 절반 수준인 매달 30만 명 선에 그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中 몽니에 롯데는 가시밭길

면세점 등 중국 관련 주요 유통주가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함께 웃지 못한 종목도 있었다. 유통 대장주인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0.28%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제재가 풀려 중국인 관광객이 늘더라도 롯데쇼핑 주가 반등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도 “롯데가 운영하는 백화점과 호텔, 면세점 등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 정도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선 여전한 ‘뒤끝’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롯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중국 내 백화점과 마트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롯데쇼핑은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상장사 호텔롯데에 속한 롯데면세점 역시 다른 면세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약하다는 평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중국의 보복 와중에 연간 1조원 규모 매출이 발생하는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철수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말 42%에 달하던 국내 시장점유율이 올해 6월 말엔 35%대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전년(74억원) 대비 약 21배 급증한 1550억원을 올렸지만 사드 보복 이전인 2016년(2326억원)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