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랩] 117만 vs 32…'펫 천국' 서울, 동물 장묘시설은 없다
[편집자 주] 집짐승의 호칭은 '애완(pet·펫)'동물을 거쳐 '반려(伴侶·동반자)'동물로 변했습니다. 동물을 한 가족으로 여기며 사는 풍경은 더 이상 유별스럽지 않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에 따르면 네 가구 중 한 가구, 28.1%는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합니다. 2012년 17.9%, 2015년 21.8%로 증가폭이 점점 커지고 있죠.

사람만큼이나 가족처럼 대우받는 반려동물. 그 생명의 장례식은 어떻게 치러질까요. 사람의 죽음엔 온갖 의식이 따라붙습니다. 깨끗한 몸에 정갈한 옷을 입고, 가능한 자리 중 가장 좋은 곳에 떠난 몸을 뉘입니다. 남은 이들이 3일 정도는 떠난 이를 기리며 음식과 꽃을 준비하죠.

우리 사회는 반려동물의 죽음까지 '반려자'로 대할 준비가 됐을까요. 뉴스래빗이 지난 한달 간 국내 동물 판매업과 동물 장묘업 현황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전자는 살아있는 동물을 판매하는 곳이고, 후자는 죽은 동물의 장례를 치르는 곳입니다.

분석 결과는 슬픕니다. 동물을 애완용으로 파는 곳은 많은데, 떠나는 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게 뉴스래빗의 판단입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영업 중이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업소의 인·허가 기록을 서비스한다. 홈페이지(http://localdata.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전체 데이터가 무려 734만3348건(2018년 8월 현재)에 이른다.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지만 전국 현황을 두루 보긴 어렵다.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경우 수천 페이지, 파일로 내려받아도 수백MB(메가바이트)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뉴스래빗이 이 데이터를 뜯어본다. 업종·분야별 특성에 따라 다채로운 경제·사회적 의미를 찾아본다. 분석엔 행정안전부 인·허가 기록 중 동물장묘업·동물판매업 업종 전수(총 8714건·2018년 8월 현재)를 활용한다.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 언어로 인·허가 기록 수십만 건을 자동으로 수집·정제·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동물 등록 117만 시대
장묘시설 고작 32곳


2017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117만5516마리입니다. 그렇다면 동물 장묘시설은 몇 군데나 있을까요.

동물장묘시설은 동물의 장례 절차를 대행합니다. 동물 전용 장례식장, 납골 시설, 화장 및 건조 시설을 포함하죠. 사람으로 따지면 화장장, 추모공원 같은 곳입니다.



2018년 8월 현재 전국에 등록된 동물장묘시설은 32곳입니다. 반면 전국에 동물을 판매하는 동물판매업소로 등록된 애견숍, 애견카페, 동물병원 등은 7043곳에 달합니다.

전국 동물장묘시설은 모두 2010년대 들어 생겼습니다. 2016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장묘시설 신설 기준을 완화하면서 더욱 가파르게 늘었죠.

동물장묘시설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입니다. 총 15곳으로 전국 장묘시설의 절반이 경기도에 몰려있습니다. 충청남도가 3곳, 충청북도와 경상남도가 각 2곳으로 뒤를 잇습니다.

반려동물 많은 서울·인천
장묘시설은 '0곳'





경기도에 동물 장묘시설 50%가 집중된 이유는 뭘까요.

일단 경기도에 전국 반려동물이 가장 많이 살기 때문입니다. 34만8448마리, 즉 2017년 기준 전국 117만 마리 등록 반려동물의 약 30%가 경기도 소재 등록 동물입니다.

동물장묘시설이 단 한 곳도 없는 대도시의 인접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과 최인접 광역시 인천엔 동물장묘시설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서울·인천은 전국에서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기로 손꼽히는 지자체입니다. 서울엔 26만1124마리, 인천엔 7만4843마리 반려동물이 등록돼 있죠(2017년 기준). 전국 117만 마리 등록 반려동물의 30%, 즉 전국 반려동물 10마리 중 3마리는 서울과 인천에 삽니다.

즉 경기도와 서울, 인천의 반려동물을 합치면 전국 60%에 달하고, 이 동물들 장례 수요는 경기도로 몰릴 수 밖에 없죠. 서울과 인천에 사는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려면 인근 경기도나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말고도 강원도,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전라남도, 제주도에도 동물 장묘시설은 없습니다. 이들 지역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동물 판매업소 수
서울 2위, 인천 3위





물론 모든 반려인이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도 사망하면 모두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건 아니니까요. 나무 아래 수목장을 치르는 반려인도 있고, 자그마한 장지를 구해 땅에 묻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같이 땅에 묻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임의매장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습니다. 동물사체는 적법하게 폐기물 처리하거나 처리가 가능한 곳, 즉 동물병원이나 장묘시설에 맡겨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117만 등록 반려동물이 살아가는 서울에 장묘시설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모순된 현실을 느끼게 합니다.

애완동물을 판매하는 동물판매업소가 가장 많은 1~3위가 바로 경기, 서울, 인천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동물판매업소는 2084곳으로 1위, 이어 서울이 929곳으로 2위, 인천은 509곳이 몰려 3위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동물이 두 번째, 세 번째로 가장 활발히 사고 팔리는 서울과 인천엔 반려동물의 죽음을 처리할 시설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폐기물 아니라지만
'혐오 시설' 반대 여전





더 큰 문제는 수용 능력입니다. 117만여 마리를 32곳으로 나누면 동물장묘시설 한 곳당 3만6735마리를 맡아야 하는 꼴입니다. 동물장묘시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인근 지자체 수요까지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늘어날 여지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 1월 동물장묘시설 개설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등록시 제출해야 했던 '폐기물 시설 설치 승인서'를 받지 않기로 했죠. 그동안은 반려동물을 '폐기물' 취급해온 셈입니다.

이후 동물장묘업 등록 신고가 많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번번이 반대에 부딪혔죠. 지역 주민들이 '혐오 시설'을 반대한다며 소송과 행정심판도 불사한다고 합니다. 경기 포천시는 '국도로부터 300m 안에는 동물화장장을 설치할 수 없다'는 내부 지침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판례는 동물장묘시설 허가 신청을 지자체가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2016년 경기 용인시가 "주민들에게 정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동물장묘시설 허가를 거부한 적이 있었는데요. 결국 소송까지 이르자 수원지방법원은 "동물장례식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서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며 "(용인시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 많은 반려동물은
어디로 가나


지금도 대부분 반려동물은 사후 폐기물 취급을 받아야만 하는 게 현실입니다. 2년 전에야 규정 상으로나마 '폐기물' 신세를 벗어났을 뿐입니다.

사체 처리 관련 법 규정을 볼까요. 반려동물이 사후 처리되는 방법은 크게 3종류로 나뉩니다.
- 동물병원에 위탁 (감염성 폐기물 처리)
- 생활쓰레기 봉투에 넣어 배출
- 동물장묘시설에서 소각

얼핏 다양해 보이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소각하지 않으면 결국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죠. 반려동물 100만 시대, 동물장묘시설이 전국 32곳에 불과하단 사실을 떠올려보면 대다수 반려동물이 사후 어떤 취급을 받을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살아서는 길가에
죽어서는 쓰레기봉투에


뉴스래빗은 2016년 반려동물 웰다잉(well-dying)의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벌써 2년이 지났네요.
[래빗GO] 디어 마이 프렌즈…잘 가시게, 반려동물 (https://bit.ly/2MvtfMh)

2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반려동물 '100만 시대(등록 기준)'입니다. 규모에 걸맞게 애견샵, 애견카페 등 살아있는 동물과 관련한 업소는 전국 수천 곳에 이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5대 핵심 공약'을 발표하며 반려동물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부에는 '반려동물 전담 부서'까지 생겼습니다.

동물장묘시설 역시 19곳에서 32곳으로 적지 않은 폭으로 늘었습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덕입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잘 보내기 위한 동물장묘시설은 여전히 '집짐승', '애완' 수준인 우리 사회 인식의 벽에 끊임 없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잘 보내 주는' 문화의 부재는 유기동물 현황에서도 나타납니다. 매년 9만여마리가 꾸준히 버려지고 있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http://www.animal.go.kr/portal_rnl/abandonment/public_list.jsp)에는 매일 유기동물 300여마리가 새로 올라옵니다.

이 데이터저널리즘을 만든 지난 한 달(2018년 7월 27일~8월 27일)동안 전국 유기동물보호센터가 찾아낸 유기동물은 1만6마리였습니다. 그나마 이 동물들은 발견이라도 됐으니 운이 좋습니다. 버려진 뒤에도 주인을 찾아 길거리를 방황하며 죽어간 더 많은 반려동물들에 비하면 말이죠. 지금도 수많은 '반려'동물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버려지고 있습니다.
[데이터랩] 117만 vs 32…'펫 천국' 서울, 동물 장묘시설은 없다
[데이터랩] 117만 vs 32…'펫 천국' 서울, 동물 장묘시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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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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