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편집자 주] 뉴스래빗이 [#서울맵]의 경험을 전국 단위로 확장한다. [#서울맵]은 뉴스래빗이 2017년 2월부터 꾸준히 선보인 시리즈다.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데이터를 분석해 치킨·피자·대왕카스텔라·베이커리·햄버거 등 소상공인 업종에 드리운 현실을 조명해왔다. → http://bit.ly/서울맵

매장 수 추이는 업종의 흥망성쇠와 맥을 같이 한다. 뉴스래빗이 [#서울맵] 시리즈에서 얻은 교훈이다. 업종의 흥망성쇠는 생활 양식을 반영한다. 저무는 업종이 있으면 떠오르는 업종이 있다. 취향이,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이 변하는 시점이다. 뉴스래빗 [데이터텔링]이 변화하는 업종을 선정해 도시인의 생활 양식을 탐구한다.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2018년 현재 전국 노래방은 3만4303곳입니다. 노래방은 1990년대 초 국내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30여년 만에 전국 방방곡곡 퍼진 셈이죠. 이제는 노래방 없는 동네를 찾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백령도, 흑산도, 추자도에도 노래방만큼은 있을 정도입니다.



노래방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입니다. 총 7870곳, 전국 노래방 중 23% 가량이 경기도에 몰려 있습니다. 서울시가 뒤를 잇습니다. 6543곳으로 경기도와 1327곳 차이입니다. 두 지역을 합하면 1만4413곳. 전국 노래방 약 두 곳 중 한 곳(42%)은 서울·경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영업 중이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업소의 인·허가 기록을 서비스한다. 홈페이지(http://localdata.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전체 데이터가 무려 729만8580건(2018년 7월 현재)에 이른다.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지만 전국 현황을 두루 보긴 어렵다.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경우 수천 페이지, 파일로 내려받아도 수백MB(메가바이트)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뉴스래빗이 이 데이터를 뜯어본다. 업종·분야별 특성에 따라 다채로운 경제·사회적 의미를 찾아본다. 분석엔 행정안전부 인·허가 기록 중 '노래연습장업' 업종 전수(총 6만371건·2018년 7월 현재)를 활용한다.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 언어로 인·허가 기록 수십만 건을 자동으로 수집·정제·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30여년간 쌓인 6만371건 노래방 인·허가 기록 중 코인노래방의 기록 2205건도 따로 추려 살폈다.
노래방
10년 째 감소 중


노래방의 전성기는 지난 지 오랩니다.



전국에 노래방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6년입니다. 3만7994곳으로 역대 최다였죠. 처음 도입된 1990년대 초 매년 2~3000여곳, 1990년대 말부터는 매년 5000여 곳씩 꾸준히 증가한 결과입니다.

2006년 이래 12년간 전국 노래방 수는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2년엔 3만6000곳대, 2014년엔 3만5000곳대로 줄었죠. 올해는 3만4000곳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감소 속 폭증
코인노래방러


12년째 서서히 축소 중인 노래방 업계에 '코인노래방'이 등장했습니다. 노래방 기계를 탑재한 2~3인용 작은 부스를 여러 칸 갖춘 형태의 노래방입니다. 코인노래방을 자주 찾는 손님(코인노래방러)은 각 부스에 들어가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릅니다. 과금은 곡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코인노래방은 전국에 급속도로 자리잡았습니다. 5년이 채 걸리지 않았죠. 급속 확장을 시작한 건 2013년입니다. 전국 188곳이던 코인노래방이 2013년 한 해 255곳으로 늘었습니다. 이후 매년 약 2배씩 수를 불렸죠. 그 결과 2018년 시작 당시 2154곳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코인노래방 '전성기'는 현재 유지 중입니다. 올해 7개월간 14곳 줄어 2140곳이 됐지만 유의미한 감소라고 보기엔 아직 이릅니다.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코인노래방은 대도시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2013년만 해도 서울, 대구, 부산 외엔 많지 않았죠. 노래방처럼 동네마다 있는 수준까진 아니어도 이제 거주 지역에서 코인노래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일반 노래방의 1% 수준으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코인노래방은 짧은 기간만에 일상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코인노래방
어떤 동네에 많나


수가 많이 늘긴 했지만 어디든 있지만은 않은 코인노래방. 지역에서도 어느 위치에 주로 생길까요. 뉴스래빗이 서울시 코인노래방 2140곳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그 결과 코인노래방은 청년의 생활 반경을 따라 생깁니다. 서울 내 코인노래방 밀집 지역 몇 군데를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1. 젊은층 중심 번화가

첫째는 젊은 층 중심 번화가입니다. 강남, 건대입구, 신천(잠실새내역 인근), 홍대입구 등입니다.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일반노래방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코인노래방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한편 젊은 층이 유흥을 위해 모이는 장소인 만큼 다같이 노래할 수 있는 일반노래방 또한 성업 중입니다.

#2. 대학가

두 번째는 대학가입니다. 청년들이 밤낮으로 상주하는 공간입니다.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일반노래방과 코인노래방 둘 다 성업 중인 번화가들과는 양상이 다릅니다. 2015년 이후로 일반노래방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 빈 자리를 코인노래방이 채웠죠. 고려대 참살이길, 경희대 정문 앞 도로, 성신여대입구역 인근, 왕십리역 6번 출구 인근 등은 모두 대학생이 숙식을 해결하는 공간입니다. 밥 먹고 한 곡, 술자리 옮기기 전 한 곡 등 놀이와 일상 사이사이 노래를 즐기는 청년층의 새로운 풍속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3. 청년 밀집 주거지역

서울엔 청년이 많이 모여사는 대표적 주거 지역 몇 군데가 있습니다. 신림과 노량진이 대표적입니다. 시험 공부 등 주로 혼자 지내는 청년들이 밀집해 있죠.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노량진부터 볼까요. 2018년 7월 현재 노량진역 인근 노래방은 모두 27곳입니다. 그 중 7곳, 25.9%가 코인노래방이죠. 2015년 5곳, 2016년 2곳이 새로 생겨 지금에 이릅니다. 같은 기간 24곳에서 20곳으로 줄어든 일반노래방과 대조됩니다.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신림역 인근에도 코인노래방이 2015년 상륙했습니다. 2015년 2곳으로 시작해 2016년 5곳, 2017년 8곳, 2018년 현재 9곳이 운영 중입니다. 같은 기간 일반노래방은 73곳에서 62곳으로 9곳 줄었습니다. 노래방이 생기고 사라지는 4년 반동안 늘어난 코인노래방 수만큼 일반노래방이 사라진 셈입니다.

코인노래방
도시 청년의 일상인 이유


뉴스래빗 분석 결과 코인노래방은 청년의 동선을 따라 생겼습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청년 '혼족'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았다고 판단합니다. 혼자 술을 마시고(혼술), 혼자 밥을 먹는(혼밥) 혼술러, 혼밥러가 도시 청년들의 또 다른 이름이 된지 오래입니다. 코인노래방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5년 간 전국 도심 구석구석에 코인노래방이 폭증한 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고 뉴스래빗은 데이터저널리즘 결과 판단합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홀로 노래를 부르는 일상.

서울의 주요 번화가 내 코인노래방 증가 추이를 보면 코인노래방이 도시 청년의 일상과 겹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종로엔 수많은 오피스 빌딩이 모여 있습니다. 경복궁, 인사동, 청계천 등 볼거리도 많아 항상 사람들로 붐비죠. 서울에서 손에 꼽는 번화가인 종로에 코인노래방은 3곳 뿐입니다. 33곳 영업 중인 일반노래방과 대조됩니다.
[데이터텔링] 혼밥·혼술러의 다른 이름, 코인노래방러


잠실은 올림픽공원, 테마파크, 쇼핑몰, 석촌호수 등 놀거리가 많아 젊은 층도 많이 찾는 지역입니다. 젊은층도 많이 찾지만 잠실역~석촌호수 인근엔 코인노래방은 한 곳도 없습니다. 반면 일반노래방은 수십 곳 존재하죠. 범위를 올림픽공원~잠실새내역 직전까지 늘려봐도 코인노래방은 5곳에 불과합니다. 같은 범위 내 일반노래방은 200여곳에 이릅니다.

퇴근길 한 곡
'식후땡' 한 곡


종로나 잠실엔 직장인, 중·장년층, 가족 뿐 아니라 학원이나 맛집, 쇼핑 시설을 찾는 젊은 층도 많습니다. 다만 앞서 다룬 코인노래방 밀집 지역들과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청년들의 '삶터'가 아니란 점입니다.

코인노래방은 요즘 청년의 삶과 가깝습니다. 청년은 서울 전국을 누비지만, 특정 지역에 코인노래방이 집중하는 양상도 이 때문에 나타납니다.

청년에게 노래방은 더 이상 거창한 유흥이 아닙니다. 밥 먹고 한 곡, 퇴근·하교길 한 곡으로 그날그날 스트레스를 떨치는 '소소하지만 가장 확실한 행복', #소확행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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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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