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최모(46)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구체적인 유출 경위를 캐묻고 있다.
오전 9시50분께 검찰에 출석한 최 부장판사는 선고 이전 결정문을 미리 빼냈는지, 법관으로서 불법성에 대한 인식은 없었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 피의자로 공개 소환된 현직 법관은 최 부장판사가 네 번째다.
최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헌재 파견근무를 하면서 ▲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배상판결 ▲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관련 판결 ▲ 현대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등 대법원 판단을 놓고 제기된 헌재 사건의 재판관 평의 내용과 일선 연구관들 보고서를 빼돌린 혐의(공무상비밀누설)를 받는다.
최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의 비공개 발언도 유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서면심리와 평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헌재 대외비를 포함한 이들 자료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순차적으로 보고된 단서를 잡고 지난 20일 최 부장판사와 이 전 상임위원의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이 '최고법원' 위상을 놓고 헌재와 벌인 힘겨루기에 헌재 내부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 문건에서 지법 부장판사급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하거나 헌재의 법원 판결문 검색을 차단하는 등 헌재를 무력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헌재가 파업 노동자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 '파업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업무방해죄 관련 한정위헌 판단의 위험성'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임 전 차장이 2015년 11월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 부장판사로부터 헌재 내부정보를 넘겨받은 이 전 상임위원을 23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이 전 상임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관 모임의 자체 학술대회에 개입한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이 법관 뒷조사와 관련한 문건들을 대거 삭제하는 과정에 이 전 상임위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이 2015년 제기한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재판부 심증을 미리 빼내는 한편 선고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이 전 상임위원의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임 전 차장 등 행정처 간부들 지시에 따른 것인지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