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오는 11월까지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로드맵을 짜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2~23일 미·중 차관급이 워싱턴DC에서 만나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 어떤 양보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간 정상회의에서 만나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도록 하는 방안을 양측 협상단이 계획하고 있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11월 중순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11월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22~23일 열리는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은 양국 통상전쟁이 출구를 찾을지 파악할 가늠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차관이 이끄는 9명의 중국 무역대표단은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 등과 만난다. WSJ는 “이번 협상은 11월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며 “추가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 재개는 미국과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시 주석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시 주석이 가능한 한 빨리 양국 관계를 안정화시키라고 관료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협상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5월 중국에 제시한 요구안보다 더 정교한 리스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요구안에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비롯해 중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철강·알루미늄 등 산업재 과잉 생산 감축,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중단, 위안화 절상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위안화가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5~6월 베이징과 워싱턴DC를 오가며 세 차례 고위급 협상을 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 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각각 34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23일부터 16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20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까지 검토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