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이미 과거 환경부 조사에서 EGR 조작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보다는 환경부 리콜 과정에서 EG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게 이 같은 주장의 요지다.
'BMW 피해자 모임'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16일 서울 강남구 바른빌딩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토교통부가 연말까지 화재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검증'은 선택과 집중 관점에서 불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지난 2016년 환경부가 실시한 배기가스 시험 결과를 근거로 BMW가 EGR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환경부는 유로6 기준이 적용된 디젤차 20개 차종을 대상으로 실내 인증, 실외 도로주행 등을 시험했다.
그 결과 BMW 520d는 20개 차종 중 유일하게 실외 도로를 달릴 때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이 실내 인증기준(0.08g/㎞)을 충족했다.
나머지 19개 차종은 실외 도로를 달릴 때 실내 인증기준보다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특히 닛산 캐시카이는 실외 도로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의 20.8배에 달해 환경부로부터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임의설정)했다는 이유로 리콜 결정이 내려졌다.
하 변호사는 "이미 환경부가 BMW의 배기가스 소프트웨어 조작 여부를 확인한 데다 소프트웨어 문제가 영업비밀에 해당해 제조사에서 자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검증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시 조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오히려 BMW가 조작 없이 배기가스 규제를 맞추려고 EGR을 다른 제조사보다 많이 작동하도록 설계했다가 EGR 쿨러나 밸브의 내구성이나 작동 능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천공(구멍)이 나고,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2015년과 2017년 EGR 관련 리콜을 했을 당시 BMW의 구체적인 조치가 무엇이었는지를 들여다봐야 결함 은폐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원래 설계돼 있던, 굉장히 많이 돌아가는 EGR의 작동을 줄이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내용의 리콜이었다면 환경부에 변경과 관련한 사전인증 절차를 받았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으므로 위법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부가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거나 BMW에 속았을 수 있다"면서 "이런 의혹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환경부는 리콜과 관련해 BMW와 협의한 내용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