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화두는 ‘나만의 제품을 통한 성장’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차별화된 제품이 없으면 성장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통회사들은 자체 상표(PB) 개발에 열을 올리고, 새로운 제품을 찾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최고경영자들은 해외로 뛰어다닌다. 과거 현대백화점이 리바트가구를, 신세계백화점이 까사미아를 인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전체 인테리어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인조대리석 1위인 건자재기업 한화L&C를 인수함으로써 종합 인테리어산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토털 인테리어업체’를 겨냥한 전략현대백화점은 2012년 현대리바트를 인수했다. 당시 5000억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9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그룹이 갖추고 있는 판매망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리바트를 통해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한 뒤 인테리어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2015년부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가구의 핵심인 부엌가구 브랜드 ‘리바트키친’의 판매망과 시공팀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이케아의 대항마’라 불리는 홈퍼니싱 소품 브랜드 윌리엄스소노마와 10년 독점 판매계약을 맺고 서울 논현동과 광주광역시에 매장을 열었다. 이와 동시에 현대리바트를 중심으로 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건자재 유통계열사인 현대H&S를 흡수합병해 유통망을 일원화했다.한화L&C 인수는 이 같은 ‘토털 인테리어사업’을 위한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략을 완성해줄 것이라는 업계의 평가다. 기존 가구, 소품 사업 외에 창호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 건자재 사업도 함께할 수 있어 ‘종합 인테리어 업체’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백화점 및 홈쇼핑 같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하면 한화L&C의 B2C 매출도 크게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도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가구 인테리어 1위로한화L&C는 2014년 한화첨단소재 건자재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같은 해 약 3000억원에 모건스탠리에 인수됐다. 인조대리석 창호 바닥재 등 건축자재를 주로 생산하던 이 회사는 최근 벽지와 가구, 침대 매트리스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인테리어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주방 싱크대 상판에 주로 쓰이는 엔지니어드스톤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한화L&C 인수를 마무리하면 현대리바트는 한샘을 제치고 가구·인테리어업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기준 업계 1위 한샘은 매출 1조9738억원을, 2위 현대리바트는 8831억원을 올렸다. 현대리바트가 지난해 합병한 현대H&S의 매출(2016년 기준 5275억원)과 한화L&C(2017년 기준 1조636억원)를 합쳐 단순계산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인테리어·가구 관련 매출은 2조742억원으로 한샘을 훌쩍 넘어선다.현대백화점그룹은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19조4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2020년 41조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현대家 건자재 시장에서 맞붙나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눈여겨보는 또 다른 이유는 진입장벽이다. 국내 건자재 시장은 LG하우시스 KCC 한화L&C 3사가 과점하고 있다. 시설투자에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어 다른 기업들이 진입하는 게 쉽지 않다. 한샘조차 대부분 건자재는 외부에서 조달한다. 이 중 하나가 매물로 나온 기회를 놓치면 당분간 시장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한화L&C의 사업 구조가 현대가(家) 건자재 업체인 KCC와 비슷한 만큼 향후 건자재 시장에서 ‘집안 기업’끼리 맞붙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건 변수다. KCC그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 정상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그룹 총괄 경영은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는 둘째 정몽익 사장, KCC건설은 셋째 정몽열 사장이 맡고 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집안 간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현대백화점그룹이 인테리어 건축자재 전문기업 한화L&C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리바트 등의 계열사를 둔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인수하면 가구, 건자재 등 인테리어시장에서 한샘을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선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한화L&C를 인수하기로 하고, 최근 실사를 마쳤다. 한때 롯데 SK 등 다양한 인수 후보가 거론됐지만 실사를 거쳐 가격협상에 나서기로 한 업체는 현대백화점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양측은 이미 원하는 가격을 주고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000억원 이하를 원하는 데 비해 한화L&C 대주주인 모건스탠리는 최소 4000억원 이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 인수에 나선 것은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전문기관들은 국내 인테리어시장이 앞으로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동안 이 시장에 공을 들였다.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하고, 미국 윌리엄스소노마도 국내에 들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기존 계열사에 인조대리석 등의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건자재기업 한화L&C를 더해 인테리어시장 전체를 공략하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인테리어시장 1위가 되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합병한 현대H&S 등을 합쳐 인테리어 부문에서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화L&C를 인수하면 매출 2조5000억원대의 인테리어사업을 거느리게 된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3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인플루언서 유치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백화점 안에 인플루언서 패션 매장을 만들고, 온라인 전용 쇼핑몰도 속속 내는 중이다. 기존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인플루언서는 SNS에 육아·여행·패션 등을 주제로 자신의 일상을 올려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유명인을 말한다. 이들 중 일부는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으며 패션, 뷰티 등의 사업에 진출해 유명 브랜드에 버금가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유통 빅3 인플루언서와 협업현대홈쇼핑은 자사 온라인 쇼핑몰 ‘H몰’에 SNS 인플루언서 패션, 잡화 브랜드를 한곳에 모은 ‘훗(Hootd)’을 13일 열었다. 훗은 ‘내가 선보이는 오늘의 패션’이란 뜻의 영어 단어 ‘Outfit of the day’의 약자에 H몰의 첫 글자를 합쳐 지었다.이곳에 입점한 인플루언서는 8명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사이에서 유명한 윤애리 씨의 가방 브랜드 ‘라프앤모어’, 모델 부부로 ‘서아가족 육아 이야기’를 공유 중인 이미지 씨의 ‘끄나리’, 파워 블로거 1세대로 육아맘의 다양한 일상을 공개해 큰 공감을 얻은 이윤영 씨의 여성 의류 브랜드 ‘밥이핫딜 스텔라비’ 등이다. 이들 인플루언서의 팔로어를 다 합하면 140만 명에 이른다고 현대홈쇼핑 측은 설했다. 훗은 여성 의류, 핸드백, 보석,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200여 개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 배송과 구매, 상담 등은 기존 현대H몰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에 이들 인플루언서 브랜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정기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 오프라인 매장 플러스숍에서도 판매하기로 했다.롯데백화점도 지난달 ‘네온’이란 인플루언서 온라인몰을 열었다. 팔로어 약 21만 명에 이르는 ‘가영’을 비롯 여행 중 입은 바캉스 의상을 히트시킨 ‘곽자매’, 독특한 패션 스타일로 인기를 끈 ‘트리밍버드’ 등이 입점했다. 롯데는 작년 말 서울 소공동 본점에 ‘아미마켓’이란 인플루언서 상설 매장을 내기도 했다.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브랜드 서울’이란 행사를 통해 인플루언서를 백화점 안으로 끌어들였다. 청담동, 한남동, 연희동 등에서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를 한데 불러 모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작년 9월 이벤트가 큰 화제가 되자 올해부터 매년 5, 9월 정례 행사를 하기로 했다.◆2030 여성 고객 유인효과 노려대형 유통 기업과 인플루언서의 ‘만남’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인플루언서가 매출을 많이 올리는 분야는 ‘여성’ ‘패션’ ‘육아’ ‘여행’ ‘다이어트’ 등이다. 백화점과 홈쇼핑의 주력 상품과 겹친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특정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20~30대가 SNS에서 상품을 많이 구입한다. 20~30대 여성 고객 확보가 화두인 유통업계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는 것이다.인플루언서도 유통 업체와 협업하면 얻는 게 많다. 마케팅뿐 아니라 물류·배송·결제·사후관리 등 혼자 하기 힘든 부분을 대기업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해외 유통 기업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 중이다. 아마존은 인플루언서가 자사 상품을 추천하고 홍보해 주면, 일부 수수료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알리바바는 자사 온라인 몰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 행사에 늘 중국판 인플루언서 ‘왕훙’을 초청하고 있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