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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경기둔화 우려 속 세수 호황이 던지는 부정적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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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상반기 국세 수입이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인 157조2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19조3000억원이 더 걷혀 세수 목표 대비 진도율도 58.6%로 나타났다. 법인세, 소득세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6.4% 늘면서 세수 확대를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좋아 세수가 늘어나면서 이른바 ‘경기 자동조절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라면 백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비 투자 수출 고용 등 경제지표에 일제히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세수 증가는 위험한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경제의 가용자원을 많이 빨아들일수록 민간부문의 위축을 피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법인세만 하더라도 투자 유인책 등 각종 감면을 통한 공제가 줄어들면서 실효세율이 계속 높아졌다. 더욱이 올해 인상된 법인세율이 본격 적용되는 내년부터 세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기업으로선 투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는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지만, 개방경제하에서 정부투자의 ‘승수효과’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건 이미 곳곳에서 확인된 바다. 오히려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 확대가 민간투자에 대한 ‘구축효과’로 이어지면 경제 활력만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고 만다.

    세수 풍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9%로 내려잡았지만 국내외 주요기관과 민간 경제연구소 등에서는 이미 기대치를 더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비관론 쪽으로 돌아서며 경기둔화 우려를 제기하는 마당이다. 더구나 내년 경제 역시 2%대 성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어디에도 세수 확대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경기둔화 우려 속의 세수 호황이 던지는 이런 부정적 신호들을 살핀다면 규제개혁 등 민간부문의 역동성을 살리는 데 경제정책의 최대 역점을 둬야 한다. 기업 투자가 늘고, 고용이 늘고, 소득이 늘고, 그 결과 세금이 잘 걷히는 선순환 경제구조로 가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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