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최대 속도 10km 낮췄다 반발에 곤혹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59%를 기록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도가 개혁 추진에 따른 각계의 반발로 최근 40% 선으로 하락한 가운데 최근 시행한 속도 규제가 지지도 하락에 상당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프랑스 당국은 여름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는 지난 7월 1일부터 지방도로(2~3차선) 속도제한을 시속 90km에서 80km로 10km 하향 조정했다.

물론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속도제한 조치가 예상외로 프랑스 자동차 운전자들로부터 심각한 반발을 초래하면서 마크롱 정부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전했다.

프랑스인들의 생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특히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은 교외나 시골 지역의 경우 자동차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도 많다.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도로 속도제한 때문?
또 2륜 마차 시절부터 프랑스인들이 가져온 교통수단에 대한 높은 관심은 자동차가 이제는 단순한 생활수단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프랑스 내에 있는 수많은 자동차 박물관, 포뮬러 1, 르망 24시 등 국제적인 자동차 경주대회, 그리고 자동차 전시회에 운집하는 인파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오토루트)의 경우 제한 속도가 시속 130㎞로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프랑스 정부가 결국 예민한 곳을 잘못 건드린 것일까? 거대세력 노조와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서 또 다른 적군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속도제한이 예고된 지난 6월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3이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고 나서 마크롱 지지율 하락에 주요인으로 간주했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속도제한 조치에 대한 반대여론은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정치성향, 또는 남녀 구분과 관계없이 전 계층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 앙 마르슈 지지자도 절반 이상이 속도제한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유명 정치평론가 뤽 루방은 정부의 속도제한 조치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함으로써 신경을 건드렸다'고 확대 해석하기도 했다.

속도제한 조치는 또 도심과 교외 지역 간 오래된 갈등을 재연시켰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심 지역은 제한 조치를 환영하는 반면 상황이 여의치 않은 교외 지역은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도로 속도제한 때문?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이동 시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접 독일은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 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1960년대 이후 최근인 2013년에 이르기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했으나 2016년 들어 교통위반 관련 벌금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속도제한이 시행되면서 현재까지 약 50만 명의 운전자가 벌금을 물게 된 것으로 나타나 역시 불만이 고조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운전자뿐 아니라 바캉스철을 맞아 프랑스를 통과하는 수많은 외국인 운전자들도 벌금 세례에 직면하고 있다.

영국 자동차협회 등에서는 바다를 건너 프랑스를 통과하는 자국 여행객들에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속도 규정이 바뀐 줄 모르고 프랑스를 통과하다 최대 750 유로(약 9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지난해 기록적인 19억7천만 유로(약 2조2천억 원)의 교통 관련 벌금을 거둬들인 프랑스는 올해에는 여기에 3억3천500만 유로(약 4천억 원)를 추가로 거둬들일 전망이다.

벌금이 늘어나는 만큼 운전자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속도제한 조치에 대한 국민의 예상 밖 반발에 당혹해 하고 있다.

지난 1월 속도제한 조치를 예고했던 에두아르 필립프 총리는 서둘러 관련 법규를 오는 2020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