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벤처업계가 금융소비자 편익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의 혁신 서비스가 은행들의 ‘보신주의’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벤처기업인 피노텍이 개발 중인 ‘모바일 대환대출 간편이동서비스’가 당초 출시 일정보다 두 달가량 지연되고 있다. 올해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도 불투명하다는 게 피노텍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노텍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와 핀테크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금융규제 테스트베드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금융규제 테스트베드는 벤처기업들이 규제 부담 없이 신(新)금융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일정 기간 테스트하는 제도다.

피노텍이 제안한 간편이동서비스는 각 은행이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대환대출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지금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이 대환대출을 하기 위해선 다른 은행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앱을 이용하면 온라인에서 각 은행의 대출상품을 비교해 손쉽게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지난해 12월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세 곳이 간편이동서비스 개발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당초 피노텍은 지난 6월 시제품 앱을 출시한 뒤 올 연말께 보험사와 저축은행으로 참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피노텍은 이 앱 개발을 위해 18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올해 말 시제품 출시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등 사업 자체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피노텍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선 대출 관련 문서 전자화 등 시스템 개발을 위한 은행 협조가 필수적이다. 피노텍 관계자는 “세 곳의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해도 전혀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 측은 시스템 전산화 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뿐 의도적으로 비협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 곳의 은행들은 지난해 12월 이 서비스 개발에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8개월 동안 단 두 차례의 실무자 회의만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은행 간 손쉬운 대출금리 비교가 가능해지는 데다 고객 이동이 활발해져 다른 은행에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것이 벤처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간편이동서비스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단순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서비스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