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빈부격차 부작용 줄이려면
도구로서의 AI 활용능력이 중요
이철환 < 단국대 겸임교수·前 금융정보분석원장 >
무엇보다도 산업 판도가 크게 뒤바뀔 것이다. 초(超)연결·초지능·초산업의 속성을 지닌 인공지능은 기존 산업구조를 의미없게 만들고 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이미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제조업과 유통, 금융과 의료 등 기존 산업을 혁신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스피커, 자율주행 자동차와 드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 등 새로운 산업과 시장도 만들어내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업 경영에 관한 최적의 해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기업 경영 환경에는 늘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원재료·노동력·기계장비의 필요 수량,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 반응, 경쟁사의 대응 능력 등 모두가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생산 환경을 적절하게 관리해줄 수 있다. 또 상품의 설계·개발, 제조·유통·물류 등 전 생산과정을 관리하는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인건비를 대폭 절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물가 상승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의 적정 성장을 가능케 하는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를 실현시킬 것이다. 인공지능은 생산과 소비활동이 최적의 경로를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꺼리는 육체노동과 여러 가지 일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노동력이 되기도 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부작용과 문제도 지적된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판매직, 단순사무직뿐만 아니라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 금융업에서는 챗봇이나 로보어드바이저 등이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능률과 가성비 면에서 낫다는 인식도 생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딥러닝을 통해 업무를 자동화하고 기존 600명이 할 일을 단 두 명 몫으로 줄였다.
‘인공지능 격차’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석유나 석탄보다 정보와 지식이 훨씬 가치 있는 자원이 되면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빈부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공황을 초래해 경제를 파탄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다. 기계는 노동만을 대체할 뿐 소비는 대체할 수 없다. 기계화로 생산량이 늘어도 일자리를 잃은 소비계층이 붕괴해 물건이 안 팔린다면 큰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인공지능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계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협력과 공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야말로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