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남북한 관계 진전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철매2의 성능 개량 사업 규모를 절반 가까이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방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계획에 맞춰 양산을 준비해온 업체들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1조 철매2 사업' 축소 우려에 방산업계 속앓이
◆국방부, 2개월 만에 사업 재검토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다음달 중 제11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철매2 성능 개량 양산 계획 수정안’을 논의한다. 업계는 이 자리에서 사업 규모 축소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비해 무기 도입을 감축해야 한다는 게 최근 국방부의 기조”라며 “당초 계획인 7개 포대에서 4개 포대로 물량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철매2 성능 개량’은 전투기를 요격하는 지대공 무기인 철매2에 탄도미사일 요격 기능을 추가하는 사업이다. 철매2의 1개 포대는 교전통제소와 다기능레이더, 미사일 발사 차량 4대로 구성된다. 각 차량에는 8기의 미사일이 탑재된다. 차량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마하4(시속 4896㎞)의 속도로 날아가 10~25㎞ 상공에서 적의 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다. 사거리는 약 50㎞에 달한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2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1600억원을 들여 체계 개발을 완료했다. 지난 2월 열린 제109회 방추위에서는 ‘7개 포대’로 양산 물량이 결정됐다. 지난 3월에는 방사청이 2020년 전력화를 목표로 사전 생산을 승인하면서 업체들은 본격적인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 이 사업에는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주)한화, LIG넥스원,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를 포함해 68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지난 5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제112회 방추위에서 “계획대로 전략화하는 게 맞느냐”며 사업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사업 규모 축소 논란이 일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국방부 내에서 4개 포대를 먼저 생산하고 나머지 물량은 추후 결정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물량 축소로 결정할 것으로 보는 게 중론”이라고 우려했다.

◆사업 축소 시 최대 800억 손실

실제로 사업 규모가 축소되면 700억~800억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참여 업체들은 당초 예정됐던 규모에 맞춰 생산설비 투자, 자재 확보 등 양산을 준비해왔다. 주요 부품은 해외 협력업체에 물품 발주까지 완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문을 받은 해외 부품업체들은 사업 규모가 줄어들 경우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매몰 비용을 방사청이 100% 보상해 준다는 보장도 없다”고 우려했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당초 이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1조3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만845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철매2 성능 개량 사업의 총 사업 규모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개량화된 철매2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방산 정책이 일관성을 잃을 경우 해외 시장에서 한국 국방산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