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하 미세 갑상샘암도 수술 치료를 해야 합니다. 초기에 수술하지 않고 방치하다 암이 퍼지면 갑상샘을 모두 절제해야 합니다.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죠. 반면 일찍 수술하면 갑상샘 일부만 절제하기 때문에 호르몬제 없이 생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진욱 서울대병원 내분비외과 교수(사진)는 “미세 갑상샘암을 놔뒀다 커진 뒤 수술받는 것보다 발견 초기 수술하는 것이 환자 삶의 질에 크게 도움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갑상샘암을 수술로 치료하는 의사다. 아랫입술과 잇몸 사이 점막에 구멍을 뚫어 갑상샘암 등을 떼어내는 구강경유 내시경 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했다. 이 교수는 2년 전인 2016년 8월 서울대병원에서 이 수술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120명 정도의 환자가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 입안에 구멍을 뚫기 때문에 수술 후 피부 상처는 하나도 남지 않는다. 겨드랑이나 유두륜을 통해 갑상샘에 접근하는 내시경 수술보다 갑상샘까지의 거리가 짧아 수술 후 통증도 적다. 이 교수는 구강경유 수술법을 인도, 조지아, 필리핀 등에 전수하고 있다. 그는 “구강경유 내시경 수술을 하면 값비싼 로봇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수술 로봇이 많이 보급되지 않은 나라나 갑상샘암 수술에 로봇 수술을 활용하지 않는 미국 등에서는 구강경유 내시경 수술을 받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갑상샘은 목의 기도 앞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갑상샘 호르몬을 만들고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기능을 한다. 10년 전만 해도 갑상샘암이 생기면 1~2㎜ 크기라도 갑상샘을 모두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 암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작은 갑상샘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만 절제하는 반절제 수술을 해도 재발률이나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수술 패턴이 바뀌었다. 미국갑상샘학회는 2015년 4㎝ 이하 갑상샘암까지 반절제 수술을 먼저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1㎝ 이하 미세유두암이면서 주변 조직으로 퍼지지 않았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면 반절제 수술을 한다. 반절제 수술을 하면 상당수가 호르몬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 “갑상샘도 초기에 찾아내 수술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이 교수는 “초기에 수술하지 않고 방치해 옆 부분으로까지 전이되면 절개수술을 해 목에 큰 상처가 남는다”며 “이때는 갑상샘을 모두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고 일부는 부갑상샘 저하증 때문에 칼슘약까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갑상샘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요인은 방사선 노출이다. 술, 담배, 요오드 섭취 등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용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면 갑상샘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은 매년 가슴 엑스레이 찍는 것은 피하라고 권고한다”며 “너무 많은 양의 엑스레이에 노출되지 않도록 스스로 방사선 피폭량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