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1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D램(사진) 양산에 들어갔다. 경쟁사들은 한 단계 아래인 18㎚ 공정도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됐다.

초격차 유지하는 삼성전자, 세계 최초 17나노 모바일 D램 양산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경기 평택공장에서 17㎚ 모바일 D램 양산을 시작한다고 26일 발표했다. 17㎚ D램은 현재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하는 23㎚ D램과 비교해 동작 속도와 생산성이 두 배 이상 우수하다. 지난해부터 고급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18㎚ D램과 비교하면 소비전력량은 10% 적고 두께는 20% 얇다. 똑같은 배터리로 더 오래 작동하면서도 더 얇은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7㎚ D램은 내년 상반기 판매될 ‘갤럭시 S10(가칭)’에 처음으로 적용된다.

이날 삼성전자의 발표는 두 가지 면에서 업계 전반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우선 17㎚ D램을 평택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발표한 대목이다. 지난해 9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평택공장은 원래 3차원(3D) 낸드플래시 전용 공장으로 지어졌다. D램이 품귀현상을 겪으면서 공장 2층에 D램 생산설비를 갖추는 작업을 해왔지만 가동은 9월로 예상했다. 17㎚ D램 생산은 이 같은 예측을 2개월 앞당긴 것으로, 늘어나는 D램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D램 공정 전반의 미세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17㎚ 공정이 적용된 제품이 전체 D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연내 7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쟁사들은 18㎚ 공정 적용률도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D램은 미세화 수준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올라가고 생산원가는 줄어든다. 똑같은 물량을 공급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더 높은 수익을 얻게 된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 전무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2세대 10나노급 모바일 D램을 양산해 갈수록 늘어나는 스마트폰 D램 용량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프리미엄 D램 생산을 늘려 초고속, 고용량, 초절전 메모리 시장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