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에 나갈 때 대기업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과 LG 같은 글로벌 기업과 거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세계적인 '유니콘' 키우려면 대기업이 조력자로 등판해야"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사진)는 벤처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퓨처플레이는 확실한 기술력을 갖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함께 회사를 키워나가는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다. ‘테크업(TechUP)’과 ‘테크업플러스(TechUP+)’ ‘직접 투자’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양성한다.

테크업은 창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제 막 회사를 설립한 엔지니어 출신의 창업가를 위한 초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테크업플러스는 퓨처플레이가 대기업 중견기업과 함께 운영하는 기업협력형 공동 창업 과정이다. 참여 대기업은 주제를 선정하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

류 대표는 “대기업은 스타트업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기반해 2014년 퓨처플레이를 설립했다. 그는 “대기업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해 대기업을 위협할지 모른다”며 “이런 위기에 몰리기 전 혁신이 필요할 때 스타트업과 협업으로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2006년 안면인식과 증강현실 기술을 개발하는 올라웍스를 창업해 2012년 인텔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후 2년간 인텔에서 상무로 근무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올라웍스 고객사였다”며 “당시 모바일 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인텔이 올라웍스 인수에 나선 것도 대기업(삼성 LG)과 거래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퓨처플레이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에는 국경이 없다. 포트폴리오의 30%가량이 해외 스타트업이다. 류 대표는 “기술 기반 시장에서 ‘한국형 제품’은 경쟁력이 없다”며 “기술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시장은 세계 시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교육 문제를 꼽았다. 류 대표는 “대한민국의 연구개발(R&D) 예산은 국방비 다음으로 많다”며 “인재는 충분하지만 문제 해결력 중심의 창업가를 키워내는 교육에는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급 밀가루는 생산되는데 빵 맛이 없다면 제빵사 잘못’이라는 비유도 들었다. 그는 “주어진 문제만 해결하는 방향으로 키워진 인재는 세계적인 기업가가 될 수 없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