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내외적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앙등,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드는 국제 유가는 국내 유가는 물론 공공요금과 대중교통 요금까지 줄줄이 밀어올리고 있다. 가스가격마저 가파르게 오르면서 택시·버스 요금 인상설이 솔솔 흘러나온다.

국내 요인들도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신선식품이 폭등, 밥상 물가가 춤을 추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배추와 무 가격은 평년보다 30~40% 올랐고 우유값과 유제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 대기 중이다. 급등한 최저임금 역시 제품 가격에 전가되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평균 1.4%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는 1.8%로, 내년 상반기에는 2.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적당한 물가 상승은 경제에 활력을 주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은 수요가 견인한 것이 아닌, 비용 상승이 초래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0으로 전달보다 4.5포인트 떨어졌다. 1년8개월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데 물가는 오르니 소비가 더 줄고, 이것이 다시 생산과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하락 내지는 둔화세를 보일 정도로 우리 경제는 위중하다. 여기에 물가마저 지속적으로 오르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청와대에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소득주도 성장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자 ‘포용적 성장’이라는 모호한 말을 대신 꺼내들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그렇게 적당히 덮고 넘어갈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정부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