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를 향한 자유한국당의 ‘국가주의’ 비판에 대해 ‘구태정치’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4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병준 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무슨 주의나 이념을 거론하면서 문재인정부에 특정한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는 구태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연일 꼬집고 있는 김병준 위원장의 발언을 향한 지적이다. 김 의장은 “김병준 위원장은 어제 ‘성장이론 없는 진보주의는 문제가 많다’며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했고, 지난주에는 뜬금없이 ‘문재인정부는 국가주의적 정부’라고 말했다”며 비판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직책에 걸맞게 한국당 혁신을 위한 비상대책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시면 좋겠다는 고언을 드린다”며 다소 비아냥섞인 반응도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의 공세를 마냥 바라볼 수만은 없게 되자 공식석상에서 반박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성장이론 없는 진보주의는 정말 문제가 많다”며 정부·여당의 소득주도성장을 겨냥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최근 우리 정부가 움직이고 집권당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우리 국가에 맞는 성장이론을 발견하기 힘들다”며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 큰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만 하더라도 우리의 상황을 잘 분석해 만든 우리의 이론이라기 보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성장의 한국판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8일에도 문재인 정부를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주의’라고 했다. 여당과 정의당 의원 13명이 발의해 최근 개정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을 국가주의의 한 사례로 들었다. 초중고교 내 자판기 등에서 카페인 음료 판매를 금지한 이 법에 대해 “학교 사정에 맞게 하면 된다. 이런 부분까지 국가가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국가주의라는 ‘프레임(틀)’에 묶으려는 전략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이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모두 반박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측은 “지난 10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임금 격차와 소득 불평등이 더 확대하고 고용 없는 성장도 고착화했는데 지금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고 실패한 과거 방식 쓸 수는 없다”며 “그것은 일시적으로 모르핀을 넣는 것”이라고 맞섰다. 지금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지속 추진해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높이고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