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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기업 탈출, 도산 급증, 상권 붕괴… '시장의 복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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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가 총체적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고용, 투자 등 핵심 경제지표는 물론 증시까지 악화일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5월 경기순환시계’는 늪에 빠진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생산·소비·투자 등 10대 경제지표 가운데 9개가 ‘둔화’ 또는 ‘하강’ 국면이었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하다.

    경기 침체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 도산신청(법정관리와 파산 신청)은 전년 동기보다 9.1% 증가한 836건으로 역대 최다였다. 하반기에는 금리인상까지 예고돼 근근이 버텨온 한계기업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더 심각한 것은 ‘코리아 엑소더스(한국 탈출)’가 가속화할 조짐이란 점이다. 1990년대 중국행(行)에 이어 제조업의 ‘2차 엑소더스’가 시작됐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낮은 생산성에 비해 임금 수준이 턱없이 높은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가 근본 요인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기조는 기업에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 기업활동을 잠재 범죄시하고, 노동시장을 더 경직시켜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드는 판국이다. 지난해 내국인 해외직접투자가 437억달러로 사상 최대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 고용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자영업은 붕괴 조짐마저 엿보인다. 내수소비 위축,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겹쳐 ‘폐업 비즈니스’만 호황이다. 웬만한 불황에도 끄떡없던 서울 명동·강남역 상권조차 빈 상가가 늘고 권리금이 급락할 정도니 다른 곳은 긴 말이 필요없다. ‘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는 서양 속담처럼 경제위기는 영세 자영업, 비숙련자, 고령자, 임시·일용직 등 사회 취약계층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되레 약자를 더 궁지에 모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경제정책이 시장경제 원칙에서 멀어질수록 경제에는 독(毒)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위기는 정책 파장과 부작용에 대한 치밀한 분석 없이 오도된 신념으로 ‘소득주도 성장’과 ‘반기업·친노조’ 정책을 밀어붙인 데 대한 시장의 냉정한 반응이다. 어떤 정부도 시장을 이길 순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보려 하지 않는다. 되레 카드수수료 인하, 프랜차이즈 가맹비 인하, 상가 임대차 계약 갱신기간 연장(5년→10년) 등 시장을 더 왜곡시키는 대증요법에 기대려 한다. 이미 잘못된 방향임이 판명났어도 고치지 않으면 약자의 고통만 심화될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성장전략을 백지에서 새로 짜고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 근본적인 경제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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