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환율 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달러당 1140원 선을 웃돌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내다봤다.

美·中 통화전쟁 우려에… 원·달러 환율 연중 최고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5원 오른 1133원7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38원90전까지 치솟으며 1140원대에 접근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이며 0.04% 오른 채 장을 마쳤다. 장중 고점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23일의 1135원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통화 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이날 환율 강세를 촉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중국의 통화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통화가치만 오르고 있어 불리한 상황”이라며 “(반면) 중국 통화는 급락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이 보도 이후 더 큰 폭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며 트럼프의 공세에 맞대응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거래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90% 오른 6.7671위안에 고시했다. 작년 7월14일(6.7774위안) 이후 최고치(위안화 가치 최저)로 하루 상승률로는 2016년 6월27일 이후 가장 컸다. 위안화 약세는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달러·위안 환율과 동조하는 분위기가 이날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 환율 오름세에 따른 기업들의 달러화 매도가 이어지며 상승폭을 키웠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중국의 위안화 절하를 비판하자 중국이 수준을 조정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있었는데 오히려 최대폭으로 절하했다”며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넘어간다는 인식에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한동안 주춤했던 무역전쟁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통화전쟁 양상으로 확전될 경우 원·달러 환율 1140원대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본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2개월간 70원 가까이 올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