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사진)가 국내 대기업 2·3세 경영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보다 못하다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유 작가는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 신라호텔에서 연 제주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시대 한국사회, 무엇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남북한 경제협력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상당 기간 상대방을 학습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 기업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강연의 요지였다.

강연 후반부에 나온 국내 기업인들과 김 위원장을 비교 설명한 대목이 논란을 일으켰다. 유 작가는 “김정은 위원장은 20대 후반 아버지(김정일)를 잘못 만나 권력자가 됐고 지금도 어린 나이”라며 “큰 기업의 2~3세 경영자 중 김정은 만한 사람이 있냐고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향후 30~40년간 누릴 수 있는 절대 권력을 물려받았지만 김정은은 권력을 다르게 쓰려고 한다”며 “이런 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을 직접 들은 기업인들은 “국내 기업을 세계 정상권으로 키워 놓은 오너 2, 3세를 북한의 독재자와 비교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황당해했다. 유 작가의 강연을 들은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오너 2세)과 고(故)구본무 LG그룹 회장(오너 3세) 같은 오너 2, 3세 경영인이 평생을 헌신해 글로벌 기업을 키웠는데 이런 분들이 30대 중반의 김정은보다 못하다니 솔직히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지방 상공회의소 관계자도 “두산그룹 창업 3세대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아들뻘인 김정은에게 혁신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대북정책에 대해 비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유 작가가 향후 북한 정세를 강연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