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포 문 닫고… >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이 겹치면서 도심 상가밀집지역에 빈 가게가 늘고 있다. 서울 서대문 인근의 한 빌딩 1층 상가 유리창에 임차인을 구하는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점포 문 닫고… >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이 겹치면서 도심 상가밀집지역에 빈 가게가 늘고 있다. 서울 서대문 인근의 한 빌딩 1층 상가 유리창에 임차인을 구하는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10.9% 올리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 점주들은 “전국 7만 점주를 범법자로 만드는 결정”이라며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을 다 주지 않는 모라토리엄(불이행) 실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생산시설 해외 이전과 공장 증설 포기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기업 경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김승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 결국 근로자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계 반발

소상공인 "불복종 투쟁"… 편의점 "심야할증에 카드결제 거부 추진"
“이미 절반 이상의 점주가 12시간 이상 장시간 일해도 최저생계비를 못 벌고 있다. 편의점 점주들을 낭떠러지로 밀어넣는 것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의 말이다. 이번 결정으로 잠재적 한계점포가 폐업하면 편의점 점주는 물론 편의점에서 일하는 젊은 근로자가 실업자 또는 빈곤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협회는 16일 확대 전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협회 내부에선 인건비 인상 등을 고려해 월 하루 공동휴업, 내년 1월부터 심야할증과 카드결제 거부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 협회장은 “내년 1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담배를 제외한 품목에 심야할증 요금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2년 새 29% 오른 최저임금 여파로 소상공인들은 인력을 줄이거나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모라토리엄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이근재 외식업중앙회 서울지협회장도 “영세한 외식업주들은 가격 인상, 종업원 감축, 매장 축소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고용 참사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실제 현장에서 인건비 인력난 등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알바 못 뽑고…>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 압박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15일 충남 당진시에 있는 한 편의점 출입문에 ‘알바 문의 사절’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알바 못 뽑고…>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 압박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15일 충남 당진시에 있는 한 편의점 출입문에 ‘알바 문의 사절’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일자리 감소… 근로자에 부메랑”

중소기업들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 감축 등 대응책 수립에 나섰다. 수도권에 있는 아웃도어용품 업체 A사는 주력 생산기지를 동남아시아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 사장은 “국내엔 신제품 개발팀과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산라인만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근로자의 3분의 2가량을 내보내고 동남아 공장은 현지 근로자로만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한꺼번에 대응할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며 “다른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충청지역에서 건자재 업체를 경영하는 한 사장은 제2공장 건설 계획을 포기했다. 그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설비 확장을 중단하고 모든 여력을 공장 자동화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뿌리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계에 직면해 임금을 올려줄 수 없는 열처리 도금업체 등 전통 제조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천의 한 도금업체 사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내년 초부터 확대되지만 실제 현장에선 근로자 이탈을 우려해 복리후생비를 임금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고스란히 회사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조병선 가족기업연구원장은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 상당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능력이 없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낙훈/김진수/안효주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