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모델이 12일 차량 안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기아자동차 모델이 12일 차량 안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구글이 현대·기아자동차와 손잡고 길 안내, 음악 재생 등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커넥티드카 서비스 ‘안드로이드 오토’를 한국에도 내놨다. 2015년 미국 등에 처음 출시한 이후 3년 만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하는 데 걸림돌이었던 지도 서비스 문제를 카카오와의 협조로 해결했다. 구글의 진출로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커넥티드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음성으로 모든 기능 작동

구글은 1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기아자동차 브랜드 체험관인 ‘비트360’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결해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앱(응용프로그램)이다. 길 안내(내비게이션), 음악 재생, 메시지 전송, 전화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구글의 인공지능(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으로 가는 길 안내해줘”라고 운전자가 말하면 바로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로 한국경제신문이 설정돼 길 안내를 해준다. 또 “멜론에서 아이유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노래가 자동 재생된다.

구글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오토가 영어 외 언어로 출시되는 것은 한국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전 차종 지원

안드로이드 오토는 현대·기아차가 판매 중인 전 차량, 앞으로 판매할 전 차량에 적용된다. 현대차는 2014년 6월(그랜저)부터, 기아차는 2013년 8월(K5)부터 생산된 기존 차량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안드로이드 오토 서비스가 가능하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차량 내비게이션 화면의 내비게이션 설정에서 안드로이드 오토 사용을 ‘온(On)’으로 맞추고 스마트폰을 차량 USB 단자에 케이블로 연결한다. 안내에 따라 안드로이드 오토 앱, 구글 앱, 카카오내비 앱, 구글 TTS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고 각종 사용자 동의, 로그인을 거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후 운전자는 차를 운전할 때마다 스마트폰을 케이블로 자동차와 연결하고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활성화하면 된다.

카카오와 손잡은 이유

2015년 해외에서 첫선을 보인 안드로이드 오토의 한국 내 출시가 늦어진 것은 지도 서비스 때문이었다. 커넥티드카의 핵심 기능이 내비게이션인데 구글은 한국 지도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않다. 그동안 구글은 한국의 정밀지도 정보를 자사의 해외 서버에 저장하고 싶다며 한국 정부에 요청해왔다.

하지만 해외 위성사진 서비스에서 청와대와 군부대 등 안보 민감 시설을 가리도록 한 정부의 요구를 구글이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대신 구글은 카카오의 ‘카카오내비’로 길 안내 서비스 문제를 해결했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내비게이션을 ‘구글맵’이나 구글 자회사 ‘웨이즈’ 외의 앱과 연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한국에 출시되면서 커넥티드카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 80% 이상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구글은 이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가 AI의 플랫폼 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어웨이’, 카카오가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를 통해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도 AI ‘누구’를 ‘T맵’과 결합한 ‘T맵×누구’를 서비스 중이다. KT는 비슷한 서비스인 ‘기가 드라이브’를 개발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connected car.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차량을 말한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운전자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주고받기, 실시간 길 안내,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기능은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다른 차량, 교통 기반시설과도 통신이 가능해지면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