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의 제재 수위 결정을 앞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기준 변경만 문제삼은 금감원 조치안을 지적하며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지만 금감원이 이를 거부하면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증선위 내 수정 의결 여부를 놓고서도 이견을 표출하며 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1일 “금융위와 금감원이 기존 조치안에 대해 증선위 내에서 수정 의결을 할 수 있는지를 놓고 장기간 회의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증선위 자체적으로 새로운 혐의를 추가해 제재를 내리기 어렵다는 의견인 반면 금감원은 기존 조치안만으로도 수정 의결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논쟁은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안을 고칠 수 없다’는 원안 고수 입장을 표명하면서 비롯됐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2014년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한 판단을 추가해 수정 조치안을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2015년 회계처리 변경 문제를 지적한 원안대로 상정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가 이달 18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혐의 범위 자체를 증선위가 수정해 제재할 수 있느냐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종 조치를 내리는 증선위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금감원이 조치안을 고치지 않아도 수정 의결이 가능한지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나 현재 상황에선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조치안과 추가로 제출한 검토자료에 증선위 지적사항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수정 의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수정 의결 여부를 놓고 갈등을 보이는 이유는 추후 법적 소송 등에 책임소재가 걸려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갈등의 이면에는 증선위가 제재 결과의 부담을 단독으로 지느냐, 금감원과 분담하느냐는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검사, 조사, 감리 과정에서 발견된 정보를 최종 확정 전이라도 대외 공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에도 금융위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 5월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리 결과 사전 통지 사실을 공개한 것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작업이란 주장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