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1979년 서울 광화문 인근에 동화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국내 첫 번째 시내면세점이었다. 이후 40년 가까이 국내 면세점은 ‘강북 시대’를 썼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연매출 3조원을 넘겼다. 단일 매장으론 세계 최대 면세점으로 성장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명동 신세계면세점 등도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했다.

올 하반기 40년 간 이어져온 강북 위주의 시내 면세점 판도가 크게 달라진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가 모두 연내 강남에 대형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업계에선 국내 면세점산업이 한번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무역센터점)
현대백화점면세점(무역센터점)
◆신세계·현대 강남 핵심 상권에 개장

신세계면세점(법인명 신세계DF)은 오는 18일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 건물에 시내면세점을 연다. 1만3571㎡(약 4112평) 규모다. 구찌 끌로에 지방시 설화수 후 등 35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20~30대 젊은 외국인 개별 관광객과 내국인을 겨냥한 점포다.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단체 관광객(유커) 위주의 영업을 하는 강북 면세점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다.

강남점은 패키지 관광객이 선호하는 궁궐 등 관광지와 다소 떨어져 있다. 대신 고속버스터미널과 지하철 3개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지다. 국내 백화점 매출 1위를 다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W메리어트호텔 등이 모두 지하로 연결된다. 하루 최대 100만 명 이상이 오간다. 이런 ‘접근성’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게 신세계면세점의 계획이다.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뒀다. 젊은 여행자들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는 점을 고려했다. 중국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위챗, 마펑워, 더우인 등 중국 온라인 메신저와 제휴해 마케팅에 나섰다.

손영식 신세계DF 대표는 “향후 면세점 시장은 20~30대 젊은 개별 관광객이 이끌어나갈 것으로 본다”며 “현지에서 하는 특별한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방문객의 특성을 고려해 매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오는 11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 8~10층을 면세점으로 바꿔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1호 면세점이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비슷한 1만4005㎡ 규모로, 38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브랜드 유치, 매장 콘셉트 등을 직접 챙기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SM 등 연예 기획사들과 연계한 한류 마케팅을 계획 중이다. 또 현대백화점 중국인 VIP 고객을 면세점 고객으로 유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롯데면세점은 테마파크 등 연계

롯데면세점은 강남 면세점 시장을 방어해야 할 상황이다. 롯데는 잠실 월드타워점과 삼성동 코엑스점 두 곳의 매장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특히 월드타워점은 강남권에서 가장 큰 규모(1만8833㎡)로 가장 많은 브랜드(524개)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 건물(555m) 안에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한 건물에 전망대와 수족관, 콘서트홀 등이 있어 관광 패키지 상품 구성에 유리하다. 인근 롯데월드 테마파크, 석촌호수, 롯데호텔 등과 연계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런 장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탓이다. 롯데는 사드 보복이 풀리면 유커를 상대로 패키지 상품을 대대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통 빅3가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면 면세점 ‘강남 벨트’가 형성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관광객이 쇼핑하기 위해 강남으로 많이 이동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따이궁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내려갈 여지도 있다. 따이궁은 제한된 시간 안에 물건을 대량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이 높은 3~4곳의 면세점에 주로 간다. 현재 롯데면세점 본점, 신라면세점 등의 매출이 높은 것도 이들 영향이 크다. 강남에서 면세점 4곳이 영업하면 상당수 따이궁이 ‘텃밭’을 강남으로 옮길 수 있다.

다만 면세점이나 브랜드로선 따이궁이 선호하는 화장품 등을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이다. 지금도 설화수, 후 등 일부 브랜드 상품 재고가 달려 제한 판매를 하고 있어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초기 안착을 위해 신규 면세점이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면 인근 면세점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강남 면세점 대전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