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의 월드컵 홍보 경쟁… 부메랑 될라
아시아 주식이야기
이문 안다자산운용 홍콩법인 펀드매니저
국제축구연맹(FIFA) 부패 스캔들 여파로 소니, 에미레이트항공 등 기존 스폰서들이 월드컵 후원을 철회하면서 그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채웠다. 러시아월드컵 공식스폰서로 선정된 19개 회사 중 중국 회사가 7개에 달한다. 이들의 마케팅 비용은 총 8억3500만달러(약 9300억원)로 전체 광고비 24억달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시장조사업체 제니스가 발표했다.
월드컵 경기장 곳곳을 장식한 중국 광고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상당수가 중국어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축구팬보다는 13억 중국인 시청자를 광고 ‘타깃’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속사정도 매우 다르다. 2016년 1억5000만달러에 FIFA 스폰서 계약을 맺은 완다는 이 당시만 해도 자산규모가 150조원에 달하는 초거대 공룡기업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완다를 비롯한 몇몇 중국 기업의 과도한 부채비율과 무리한 해외 확장에 제동을 걸면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작년부터 호텔, 테마파크 등 사업을 헐값에 매각했다. 부채 상환과 사업 구조조정에 사활이 걸려 있는 지금의 완다그룹에 월드컵 스폰서 계약은 계륵 같은 존재일 것이다.
유제품 업체 몽뉴는 최근 몇 년간 유통채널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었지만, 유통채널을 재정비하고 제품라인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1위이자 경쟁업체인 이리가 회장의 배임횡령 등 스캔들에 휘말려 있는 동안 몽뉴는 시장점유율, 제품마진 등에서 1등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20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때 태양광 설비업체인 잉리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 스폰서로 지정된 중국 기업이었다. 하지만 그 후 4년간 무려 10억달러에 가까운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주가도 고점 대비 99% 하락해 시가총액이 3000만달러를 밑돈다. 일부 중국 기업의 이런 월드컵 홍보경쟁이 무리한 바벨탑 쌓기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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