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이슈의 파괴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와 사법부 난민 정책 핵심라인에 ‘친(親)난민’ 인사들이 대거 포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에게 우호적인 쪽은 주로 젊은 판사들이었지만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도 이제 친난민파가 약진하고 있다. 난민 정책이 충분한 검토 없이 친난민 일방향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난민 정책 핵심라인에 ‘친난민’ 일색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난민 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 내 요직에 친난민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진입했다. 난민 문제는 법무부 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관이다.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난민 등 출입국 정책 등을 총괄하는 요직인 본부장 자리에 차규근 변호사(49·사법연수원 24기)를 임명했다. 차 본부장은 2006년부터 5년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적·난민과장을 지낸 난민 전문가다. 친난민 활동을 해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기도 하다. 차 본부장은 난민과장으로 일하면서 인천 영종도에 난민지원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친난민파로 분류된다. 박 장관은 제주도 내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게 예외적 취업을 허용했다가 제주도 내 시민단체로부터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난민 신청자는 신청 후 6개월 내 취업이 금지되지만 박 장관은 출입국관리법 조항을 근거로 제주도 내 취업을 허용했다. ‘체류자격 외 활동’을 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제20조에 근거해서다. 이를 두고 월권 해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이 취업할 수 있도록 법무부 장관이 허가할 수 있다는 건 해당 조항에 대한 확대해석”이라며 “금지 규정이 있는 난민법을 우선 적용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사법부에도 ‘친난민’이 대세

난민 자격 부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법부에도 친난민이 대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기 회장을 지낸 법원 내 진보성향 학술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대표적 난민 옹호 그룹으로 꼽힌다. 김 대법원장은 춘천지방법원장이던 2016년 6월11일 열린 ‘난민 등의 국제적 보호에 관한 사법부의 역할’ 콘퍼런스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김선수 후보자도 대표적 친난민 변호사다. 김 후보자는 변호사 시절 다수의 난민 행정 소송을 대리했다. 민변 소속으로 민변의 난민 옹호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도 지난해 9월 ‘난민의 인권과 사법’이라는 학술대회 토론자로 참석하는 등 우호적 태도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현직 고위 판사는 “인권법연구회를 중심으로 난민에 대한 옹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난민에 대한 사회적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가운데서 너무 착해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현직 부장판사는 “국제 기준으로 보면 난민인 북한이탈주민(탈북자)부터 신경 쓰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