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들여 살려놨더니… 대우조선 노조 "임금 올려달라" 파업 준비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파업안을 압도적인 찬성률(93.4%)로 가결한 데 이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도 확보하는 등 파업 준비를 마쳤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대우조선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에 대한 쟁의조정 결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사의 입장 차가 커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4년 이후 기본급 인상이 없었던 만큼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조 들여 살려놨더니… 대우조선 노조 "임금 올려달라" 파업 준비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대우조선 사측은 2020년까지 5조9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마련하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이행하기 위해선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까지 자산 매각과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2조8000억원을 마련했다. 올해도 국내 부동산과 해외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1조3000억원을 채워야 한다. 사측이 노조에 기본급 10% 반납을 제시한 이유다.

지난해 ‘반짝 흑자’(영업이익 7330억원)는 정부와 채권단이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을 투입한 덕분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분석이다. 이마저도 작년 4분기만 떼놓고 보면 원화 강세 등의 여파로 35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6~2017년 ‘수주 절벽’의 후유증으로 지난해와 올해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통상 수주 이후 실제 건조까지 1년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내년까지는 ‘보릿고개’를 견뎌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체적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것과 달리 대우조선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공적자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도산하면 일자리 5만여 개가 사라지고 1300여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로 정부가 지나치게 끌려다녔다”며 “노조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약점을 파고들어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달 조합원 투표를 통해 최강성 노조인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경영계는 그동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의 개별 노조였던 대우조선 노조가 민주노총의 산별 조직인 금속노조를 등에 업고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강력 대응” 경고

대우조선 노조의 파업 준비는 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합의를 파기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우조선 노조는 201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13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파업 등 쟁의활동을 하지 않고 자구계획안에 동참한다’는 서약서를 산은에 제출했다. 막대한 세금으로 간신히 회생한 대우조선이 자구계획 이행이 끝나기도 전에 파업을 하면 ‘모럴해저드(도적적 해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산은 관계자는 “합법적 파업이라도 영업 활동에 지장이 생기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구노력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임단협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7.9% 인상과 250% 이상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설 태세다. 이 회사 노조는 2014년 이후 매년 파업을 했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주부터 임단협을 하고 있다. 이 회사 노동자협의회와 사측은 앞서 유보한 2016~2017년 임단협에 올해까지 더해 3년치 교섭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

김보형/강경민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