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보수와 진보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고 충돌을 빚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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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에서는 4일 쌍용차 노조원과 보수 시민단체 회원이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등 정면충돌(사진)했다. 쌍용차 노조는 최근 스스로 세상을 등진 한 해고 노동자를 기리는 분향소를 지난 3일 오후 이곳에 기습 설치했다. 중구청이 2013년 6월 도로교통법 위반 등 이유로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지 5년여 만의 일이다. 노조원들은 이날 분향소 인근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집회도 했다.

이 같은 쌍용차 노조원들의 행보는 대한문 앞을 불법점거한 보수단체들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있다. 2일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 및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한문 앞쪽에 ‘연평해전 영웅 순국열사 분향소’와 ‘천안함 용사 분향소’ 등을 설치했다. 이들 분향소 역시 쌍용차 분향소와 마찬가지로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 적치물에 해당한다. 중구청 관계자는 “대한문 앞 인도 위 분향소들은 어떠한 허가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단체가 한곳에 둥지를 틀면서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부터 이곳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어온 보수단체들은 “쌍용차 노조가 도로에서 상조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불법집회를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