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수출입은행장(사진)은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으로 쌓아온 경험과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향후 대북 경제협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3일 밝혔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輸銀 노하우 살려 대북경협 주도할 것"
은 행장은 창립 42주년을 맞아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출입은행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비전 2030의 핵심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남북협력기금 △수출금융 등 세 개 중점 분야를 토대로 최적의 맞춤형 정책금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추가 부실 방지와 쇄신을 위한 자구노력에 맞춰져 있던 수은의 경영 목표를 북한 및 해외 정책금융 제공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은 행장의 설명이다.

은 행장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따른 남북 경제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은이 향후 대북 경제협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은이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으로서 축적해온 경험은 어느 기관도 따라올 수 없다”며 “수은이 남북 경협의 기반을 먼저 쌓으면 나중에 시중은행들도 각자의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 행장은 남북협력기금 규모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폭 확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은이 통일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 규모는 올해 기준으로 1조6182억원이다.

은 행장은 1962년부터 시작된 남한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북한 인프라 개발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금 규모는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야 하고 북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섣불리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초기 단계에 비춰보면 재원 규모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 행장은 개발도상국 정부 및 국제기구 등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사업 개발에 직접 나서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해 EDCF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EDCF는 개도국의 산업 발전 및 경제 안정을 도모하고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1987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장기 저리 원조자금이다. 수은은 기획재정부의 위탁을 받아 EDCF 운용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은 행장은 2030년까지 200조원 수준의 여신잔액을 토대로 연간 1조원가량의 이익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금융 역할 강화를 위해 정책성과 금융 건전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자체 수익기반 확충을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