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 기간, 두 배로 늘려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펀드 투자 기간을 늘려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가 살아납니다. 7년 만기 펀드로는 10~15년 뒤에야 빛을 발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미래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김홍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센터장(사진)이 투자 철학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취임 다섯 달째를 맞은 김 센터장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투자에는 장기적 안목이 필수”라며 “펀드의 양보다 투자 기간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전국은행연합회 소속 18개 은행이 창업 활성화를 위해 2012년 50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재단이다. 이듬해 3월 창업지원센터인 디캠프를 세웠다. 디캠프가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은 101개사, 입주공간을 제공한 기업은 230개사가 넘는다. 김 센터장은 ‘창업의 J커브’에 맞춘 투자 전략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기업은 창업 후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자본금을 지속적으로 소비하다가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J모양의 수익 곡선을 그린다. 장기적인 투자 전략이 없으면 이미 수익성이 개선된 기업에만 돈이 몰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국내 펀드들은 보통 3년을 투자하고 4년 동안 자금을 회수하는데 이는 한 기업을 판단하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라며 “창업 생태계를 키우려면 장기 투자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질적인 사업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스타트업의 사업을 은행 점포들과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한 시도다. 그는 “6700개에 달하는 은행 점포 네트워크를 스타트업과 공유한다면 성장 곡선을 그리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센터장은 금융권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미국 리먼브러더스, 일본 노무라증권, 기업은행, 우체국금융개발원 등 굵직한 국내외 금융기관을 거쳤다. 2012년에는 자산운용사인 아이디어브릿지를 세워 국내 최초의 특허 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특허 펀드를 개발하면서 많은 중소기업·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이 겪는 사업 고민을 들었다”며 “이때의 경험이 벤처업계를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디캠프는 한 달간 사업을 재편하는 휴식기를 갖는다. 부서별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연결해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은행연합회 회원사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다. 김 센터장은 “18개 은행에서 디캠프에 3700억원을 추가 출연하기로 약속했다”며 “디캠프를 더욱 발전된 스타트업 요람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