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자동차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연일 위협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U는 약 3000억달러(약 330조원)어치의 미국 제품에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미 상무부에 의견서를 보내 “30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1일 보도했다. 미국이 유럽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정면대응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도 중국만큼 나쁘다”며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EU 관계자들은 “보복 방법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294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제품에 (추가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상품수출의 19% 수준이다. EU 집행위는 “작년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 수입액(3300억달러)과 비슷한 수준에서 보복관세 적용 규모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EU는 의견서에서 관세 부과 전쟁이 벌어지면 “자동차산업의 높은 상호 연관성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5%의 관세 부과로 미 국내총생산(GDP)이 130억~14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추산도 내놨다. 벤츠 BMW 등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현지 공장 운영을 통해 미국 자동차 생산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등도 “미국의 수입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자동차 가격을 대당 최대 6000달러 올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수입차에 관세 부과를 위협하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EU 지도자들을 향해 “미국과의 무역 갈등 고조가 정책 결정자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나쁜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불확실성과 기업 심리 저하로 이미 민간투자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 부실 해소를 위해 공동 금융 안전망 등 구조적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앞서 미국의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놓고서도 대립했다. 미국이 EU산 철강(25%) 및 알루미늄(10%)에 추가 관세를 매기자 EU는 미국산 오토바이와 청바지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