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VIP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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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를 꺼리는 것은 진료비 아닌 편견 탓
연예인 공황장애가 대중의 관심을 모았듯
해묵은 오해 해소 위해 유명인이 나섰으면
김진세 <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연예인 공황장애가 대중의 관심을 모았듯
해묵은 오해 해소 위해 유명인이 나섰으면
김진세 <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는 언제 가장 고통스러울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의사를 만났을 때다. 피가 철철 흐를 정도의 사고로 불안에 떨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응급의학과 의사를 만나는 순간 “이제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심한 복통으로 병원에 갔을 때, 내과의사가 배만 만져도 불편함이 나아져 한숨 돌린다. 그런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난 우울증 환자는 신세한탄부터 한다. “아이고, 어쩌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됐나” 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끼고, 누가 그런 사실을 알아차릴까봐 전전긍긍한다.
편견이 문제다. 질병을 고치러 와서 느낄 안도와 희망은 찾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부정적인 시선의 압박감에 더 고통스러울 뿐이다. 정신과 질병은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걸린다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큰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하는 따위의 불합리한 생각 말이다. 오해와 무지와 잘못된 믿음은 마음과 정신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이 정신과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 문턱만 낮출 수 있다면, 부당하게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살 원인의 80%가 우울증이니 결코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편견이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에게 흔히 발병해서 연예인병이라고 불리는 ‘공황장애’, 잔인한 영화의 단골 주인공인 ‘사이코패스’, 재벌 사모님의 분노 샤우팅으로 유명해진 ‘충동조절장애’ 등 정신과 질병들이 뉴스에 넘친다. 이런 이슈들은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대중이 좀 더 올바른 정보를 알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터무니없는 편견으로 가득한 현실이지만 또 하나 다행인 일이 있다. 7월부터 정신과 진료비 체계가 바뀐 것이다. 아마 정부는 정신과 문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진료비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편견도 편견이지만, 진료비 문제 역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신요법(흔히 상담이라고 부르는)이 병행돼야 하는 정신과 특성 때문에 다른 진료보다 조금 비싼 것이 사실이다. 비록 그 차이가 몇천원이라도 부담은 부담이니까 말이다.
얼마나 줄었는지 쉽게 설명해보자면, 정신요법료에 대한 환자의 부담금이 3분의 1이나 줄어서 대부분 환자는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4000여원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신과 진료비가 모두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대학병원이냐 아니면 동네의원이냐 하는 병원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가벼운 상담부터 무의식을 다루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어떤 정신요법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수천원에서 수만원까지 다양하다.
얼마나 비싼지 또 얼마나 비용이 줄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국민의 정신적인 문제, 정신과 질환, 그리고 치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박수를 쳐줄 만하다. 앞으로의 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힘든 사람들이 배 아플 때 내과를 찾듯이 쉽게 정신과를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동시에 부정적인 생각도 적지 않다. 불과 몇 천원에 해묵은 편견이 사라질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편견 해소에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몇몇 연예인의 깜짝 고백으로 얻은 아이디어가 있다. 그분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고백은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일반인보다 부정적인 평가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용기 덕분에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있는 환자들은 더 큰 위안을 얻었음에 틀림없다. “누구도 공황장애라는데” 하는 소식에 많은 사람의 편견이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상해본다. 일시적인 불면증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감은 물론이고 반려동물과 헤어져도 정신과를 찾는 세상이니 유명 연예인, 정치인, 언론인, 대기업 총수 심지어 국가 지도자까지 당당히 정신과 진료를 받고 그 사실을 국민과 공유한다면 그게 가장 좋은 편견 해소책이 아닐까.
편견이 문제다. 질병을 고치러 와서 느낄 안도와 희망은 찾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부정적인 시선의 압박감에 더 고통스러울 뿐이다. 정신과 질병은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걸린다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큰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하는 따위의 불합리한 생각 말이다. 오해와 무지와 잘못된 믿음은 마음과 정신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이 정신과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 문턱만 낮출 수 있다면, 부당하게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살 원인의 80%가 우울증이니 결코 불가능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편견이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에게 흔히 발병해서 연예인병이라고 불리는 ‘공황장애’, 잔인한 영화의 단골 주인공인 ‘사이코패스’, 재벌 사모님의 분노 샤우팅으로 유명해진 ‘충동조절장애’ 등 정신과 질병들이 뉴스에 넘친다. 이런 이슈들은 사람의 관심을 모으고, 대중이 좀 더 올바른 정보를 알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터무니없는 편견으로 가득한 현실이지만 또 하나 다행인 일이 있다. 7월부터 정신과 진료비 체계가 바뀐 것이다. 아마 정부는 정신과 문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진료비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편견도 편견이지만, 진료비 문제 역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신요법(흔히 상담이라고 부르는)이 병행돼야 하는 정신과 특성 때문에 다른 진료보다 조금 비싼 것이 사실이다. 비록 그 차이가 몇천원이라도 부담은 부담이니까 말이다.
얼마나 줄었는지 쉽게 설명해보자면, 정신요법료에 대한 환자의 부담금이 3분의 1이나 줄어서 대부분 환자는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4000여원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신과 진료비가 모두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대학병원이냐 아니면 동네의원이냐 하는 병원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가벼운 상담부터 무의식을 다루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어떤 정신요법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수천원에서 수만원까지 다양하다.
얼마나 비싼지 또 얼마나 비용이 줄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국민의 정신적인 문제, 정신과 질환, 그리고 치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박수를 쳐줄 만하다. 앞으로의 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힘든 사람들이 배 아플 때 내과를 찾듯이 쉽게 정신과를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동시에 부정적인 생각도 적지 않다. 불과 몇 천원에 해묵은 편견이 사라질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편견 해소에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몇몇 연예인의 깜짝 고백으로 얻은 아이디어가 있다. 그분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고백은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일반인보다 부정적인 평가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용기 덕분에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있는 환자들은 더 큰 위안을 얻었음에 틀림없다. “누구도 공황장애라는데” 하는 소식에 많은 사람의 편견이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상해본다. 일시적인 불면증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감은 물론이고 반려동물과 헤어져도 정신과를 찾는 세상이니 유명 연예인, 정치인, 언론인, 대기업 총수 심지어 국가 지도자까지 당당히 정신과 진료를 받고 그 사실을 국민과 공유한다면 그게 가장 좋은 편견 해소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