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면세점에서 ‘설화수’를 비롯해 주력 브랜드 화장품의 1인당 구매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 비수기인 휴가철을 맞아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시적 방침이라는 게 회사 측 얘기다. 하지만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브랜드 ‘후’ 매출이 설화수를 크게 앞지르자 위기감을 느낀 데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여전히 1인당 구매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후'에 1위 빼앗긴 '설화수'… 면세점 구매제한 푼다
1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말부터 1인당 브랜드별 구매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부터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등 브랜드별로 최대 5개 제품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이 대량으로 매입해 정가보다 싸게 재판매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여름철을 맞아 ‘브랜드별 5개’ 제한을 ‘제품별 5개’로 바꿨다. 예를 들어 과거엔 설화수 브랜드 제품을 총 5개만 살 수 있었는데 이젠 설화수의 윤조에센스 5개, 진생크림 5개, 설린크림 5개 등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금액 제한도 풀었다. 설화수는 1인당 최대 1000달러(약 110만원)에서 2000달러로 1인당 판매 한도를 높였다. 프리메라, 마몽드, 리리코스 등은 ‘브랜드별 10개’를 ‘제품별 5개’로 바꿨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에 맞춰 프로모션 차원에서 구매 제한을 완화키로 한 것”이라며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 등 인기 브랜드의 면세점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1인당 구매 제한 완화 조치는 브랜드의 ‘희소성’을 떨어뜨리고,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데도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다.

관세청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7 면세점 브랜드별 판매 실적 순위’ 자료에 따르면 LG생활건강 후는 지난해 국내 면세점에서 6086억원의 매출을 올려 1위를 기록했다. 설화수는 4252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