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례 없는 통상전쟁에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로 긴축의 시대가 다시 찾아오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 들어 벌써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은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을 올해 말 끝내기로 했다. 영국과 캐나다 중앙은행도 금리를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 정책으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한 ‘이지 머니(easy money)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방위로 벌이고 있는 통상전쟁은 세계 경제, 그중에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에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도 신흥국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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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시대의 종언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1일 세계 주요 22개국 중앙은행 중 8개국 중앙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14개국 중앙은행 중에서도 6개는 내년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긴축을 주도하는 것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다. 시장에선 Fed가 현재 연 1.75~2.0%인 기준금리를 하반기에 두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영국과 캐나다 중앙은행도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돈을 푸는 정책을 종료하는 ECB도 내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국의 긴축 전환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풀어놓은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다. Fed는 2009년 3월(1조7000억달러), 2010년 11월(6000억달러), 2012년 9월(월 850억달러) 등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를 실행했다. ECB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2015년 3월 양적완화에 나섰다. JP모간은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투입한 자금이 10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양적완화 덕에 세계적으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경제성장률 등이 대체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 S&P지수는 2009년 3월 이후 4배 넘게 상승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역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5%로 2007년 이후 최고였다.

◆통상전쟁 겹치며 위기 증폭

선진국의 긴축 전환은 경제 기초가 취약한 신흥국에 ‘긴축 발작’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을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관세폭탄’과 겹치면서 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은 초비상이다. 신흥국 시장에선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 통화 가치와 주가,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55% 급락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 신흥시장 주식형펀드에서 502억달러가 순유출됐다. 티머시 에시 블루베이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통상전쟁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 세계 경제성장이 약해질 것”이라며 “신흥국들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신용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현일/유승호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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