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에베레스트 도전자 늘어났듯… 우주여행도 대중화 머지않았다"
필 매캘리스터 미국항공우주국(NASA) 상업우주비행 부문장(사진)은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주 렌턴에서 열린 ‘뉴 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에서 “소수의 탐험가와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시작한 우주개발이 이제 상업적인 도전과 혁신을 통해 누구나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NASA에 합류한 매캘리스터 부문장은 민간 우주회사를 통해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실어 나르는 상업 운송서비스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미국에선 우주여행을 준비하는 민간기업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보잉과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차세대 유인 우주선은 이르면 올해 말 시험 발사된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은 내년부터 우주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티켓 판매에 나선다. 블루오리진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우주여행을 목적으로 2010년 창업한 회사다.

미국 달탐사선 아폴로 16호 우주인인 존 영이 달 표면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 달탐사선 아폴로 16호 우주인인 존 영이 달 표면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매캘리스터 부문장은 “누구나 에베레스트산을 오를 수 있게 됐듯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며 그 근거로 우주 개발의 역사가 산악등반 기술 발전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꼽았다. 하워드 매커디 미국 아메리카대 행정공공정책학과 교수가 2013년 발표한 ‘혁신 경제, 등반과 미국 우주프로그램’ 보고서를 인용한 발언이다. 이 보고서는 산악 등반의 역사를 1921~1969년 소수의 탐험가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새로운 루트를 개척했던 탐험의 시대와 1970~1995년 도전적인 탐험과 상업 등반이 함께 이뤄진 전이의 시대, 1996년 이후 본격화한 상업 등반의 시대로 나눴다. 시간이 흐르며 가장 주목할 변화는 등반 비용이다. 1963년 에베레스트에 도전한 등반가 1명이 사용한 비용은 현재 가치로 따지면 40만달러가 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상업 등반이 시작되면서 2011년에는 3만4000달러, 2015년 2만5000달러까지 비용이 내려갔다. 등반에 걸리는 시간도 줄고 사고 횟수와 그로 인한 사망자 수도 감소했다. 1953년에야 처음 인간의 발길이 닿았던 에베레스트산 정상은 지금 연간 500명이 오르고 있다. 매캘리스터 부문장은 “처음엔 등반가도 소수였고 등반 루트도 적었지만 등반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그로 인해 등반 비용이 낮아졌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업과 등반가들이 자극을 받으면서 경쟁과 혁신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일반인도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매캘리스터 부문장은 유인 우주비행에서도 이 같은 발전이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우주개발의 단계는 에베레스트 등반 역사로 따지면 본격적인 상업 시대를 앞두고 있는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고 했다. 보잉과 스페이스X를 비롯해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과 같은 민간 우주기업이 앞다퉈 재활용할 수 있는 로켓과 훨씬 낮은 비용으로 우주비행이 가능한 우주선 개발에 나서면서 실현 가능성은 높아졌다. 매캘리스터 부문장은 “본격적인 상업우주비행 시대가 열리면 우리는 보잉이나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제공하는 간단한 훈련만 받고 우주를 값싸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렌턴=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