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앉아 고스톱 치는 자세 허리에 최악
“퇴행성 척추질환은 사람이 늙어 몸에 변화가 생기고 증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젊은 나이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완치가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들 질환의 치료 목표는 아무 증상 없이 깨끗하게 낫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나아져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양승헌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사진)는 “퇴행성 척추질환 환자들이 병의 치료 목표를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디스크 질환으로 불리는 수핵탈출증, 요추협착증, 척추신경종양 등을 주로 치료하는 의사다. 수핵탈출증·요추협착증 환자의 수술치료와 비수술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장기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양 교수 등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들은 척추질환자의 생활습관 변화와 인식 개선을 위해 두 달마다 건강강좌를 열고 있다. 척추질환자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가 흔히 진단받는 질환 중 하나가 수핵탈출증이다. 디스크의 섬유륜이 찢어져 내측의 수핵이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수핵탈출증 환자의 80%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아도 3개월 정도 지나면 일상에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다. 다만 이는 증상이 깨끗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양 교수는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으면 뻐근하고 불편한 증상은 일부 남아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증상이 있어도 일상생활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문제는 나머지 20%다. 일부 환자는 ‘디스크 질환은 절대 수술하면 안 된다’는 말만 믿고 증상을 방치하다 악화시킨다.

양 교수는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발이 땅에 끌리거나 마미증후군으로 대소변 장애가 생긴 환자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후유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며 “환자 스스로 질환을 판단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방문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고령층에게 많은 요추협착증은 치료 목표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양 교수는 “통증을 줄여 또래 평균 정도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치료 목표”라고 했다. 고령층은 활동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요추협착증이 심하면 걸을 때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가 터질 것처럼 아픈 증상을 호소한다. 환자에 따라 심한 경우 100m도 걷기 힘들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신체 기능 떨어진다. 아프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않고 1주일만 누워 있어도 뼈가 약해지고 근육이 빠진다. 심폐기능도 저하된다. 폐렴 등 감염성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물리치료나 운동치료를 한다. 주사, 시술, 수술로 거동을 돕기도 한다. 양 교수는 “치료 후 통증이 일부 남아 있으면 환자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 치료는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바닥에 앉아 고스톱을 치는 것은 허리 건강에 가장 나쁜 자세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 소파 등에 허리를 펴고 기대앉아야 한다. 등 부분의 기립근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꼭 해야 한다. 골다공증으로 척추압박골절이 생긴 환자도 마찬가지다.

양 교수는 “고령층에게는 전신 근육을 쓰는 걷기도 좋은 운동”이라고 했다. 보행이 힘들다면 지팡이나 등산용 스틱을 들고 다니는 것도 좋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