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의 수익률이 이달 처음으로 중소형주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중소형주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내온 대형주가 금리상승기에도 불구하고 하락장에서 진가를 드러내면서 반격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중심축, 다시 대형株로 이동하나
◆“경협주에서 대형주로 중심축 이동”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지수가 3.34% 내려가는 동안 대형주(시가총액 1~100위)의 하락률은 2.59%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101~300위)와 소형주(301위 이상) 성적은 각각 -5.41%와 -9.18%였다.

하락장이긴 하지만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대형주가 중·소형주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5월 박스권 장세에서 소형주는 18.43%, 중형주는 5.35% 상승했지만 대형주는 4.97%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폭은 2.28%였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남북한 경제협력주를 중심으로 펼쳐진 ‘중소형주 랠리’가 지난 12일 미·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담 개최와 함께 상승세를 뒷받침해온 재료가 모두 소진되면서 주로 중소형주에 포진한 경협주가 조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수급 측면에선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대형주로 증시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주는 상승 후 조정 장세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만 하락 후 횡보 장세에서는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이익추정치 하향 조정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어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중소형주가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대형주의 선전은 덩치가 큰 반도체주의 부진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다. 6월 들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5.42%)와 SK하이닉스(-8.78%)가 하락했지만 셀트리온(13.75%) 네이버(10.46%) LG생활건강(6.7%) KB금융(4.44%) 등 상당수 주요 대형주가 일제히 반등하며 낙폭을 메웠다.

전문가들도 최근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대형주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 실적시즌이 가까워지고 환율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적극적인 매수 타이밍이 올 것”이라며 “지수 반등을 주도할 수 있는 업종 대표주와 시가총액 상위주 등 대형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경기 비관론에 움츠러든 중소형주

대형주와 달리 중소형주는 금리상승기에 접어들었지만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반적으로 중소형주는 대형주보다 경기민감 업종 비중이 높기 때문에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탄력을 받는다. 서승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경기 회복세가 뒷받침된 금리상승기엔 시중금리보다 이익 증가율이 높은 중소형주가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즘엔 고용상황 악화와 수출 감소 우려 등으로 국내 경기 전반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중소형주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전무는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을 땐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작은 대형주로 시중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중소형주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올초 인기를 끌었던 중소형주 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4개 중소형주 펀드에서 최근 한 달간 832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들 펀드의 최근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3.60%다.

오형주/하헌형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