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차기 경찰청장(치안총감)에 민갑룡 경찰청 차장(치안정감·53·사진)을 내정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경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적임자로 인정받은 것이 인선 배경이다.

새 경찰청장에 민갑룡 내정… 靑 "경찰개혁 이끌 적임자"
21대 경찰청장에 오르게 된 민 차장은 전남 영암 출신으로 경찰대 4기로 입직했다. 경찰청 수사권조정팀 전문연구관, 수사구조개혁팀장,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서울경찰청 차장 등을 맡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으로 불리며 이례적으로 1년 동안 두 계급 승진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획 라인에서 오랫동안 일한 덕분에 일처리가 꼼꼼하고 세심하다”며 “합리적인 모범생 스타일이라는 것이 내부 평가”라고 전했다. 부인은 경찰대 후배인 구은영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이다.

민 차장을 새로운 경찰 수장으로 내정한 배경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의지가 꼽힌다. 그는 지난해 12월 차장 취임식에서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며 “경찰과 시민 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로버트 필의 ‘9가지 경찰 원칙’을 인용했다. 당시 경찰청에선 ‘경찰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오랫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업무를 맡아온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경찰청 차장으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한 인물”이라며 “경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에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던 이주민 서울경찰청장(경찰대 1기)은 ‘드루킹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구설에 오른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청와대 내정,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거친 민 차장은 앞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과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공식 임명할 예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가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임명할 수는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오는 30일 만 60세 정년을 채워 경찰 조직을 떠난다. 정년퇴임하는 경찰청장으로는 최초이고, 중도사퇴 없이 퇴직하는 청장으로는 13대 이택순, 19대 강신명 청장에 이어 세 번째다.

이현진/조미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