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중앙 언덕 위 카펠라 호텔은 요새 방불…접근 어려워
호텔 내부·외곽 경찰 배치…정상회담 기간 "예약 꽉 찼다"
북한 실무팀, 활동 재개한 듯…실무팀 차량 3대 이동 목격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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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6·12 북미정상회담이 치러질 장소로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싱가포르 센토사 섬.
4일 오전 이 섬 곳곳에는 경찰이 배치돼 오가는 사람을 경계하고 있었다.

다만 '통제국가'인 싱가포르 당국의 경고를 받은 외신 기자들이 근접취재를 자제하며 몸을 사린 때문인지 회담장으로 거론되는 카펠라 호텔은 이날 외부인 출입통제가 다소 완화된 상태였다.

이 기회를 이용해 싱가포르 본토와 센토사 섬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700여m 길이의 다리를 건너 언덕을 오르자 흰색 벽에 적갈색 기와지붕을 얹은 고풍스러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본관 앞 주차장에는 경찰차와 함께 현지 경찰관들이 배치돼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로비에는 일반인으로 보이는 남녀 수 명이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한산했다.

호텔 직원은 북미정상회담 전후 기간에 객실이나 연회실 예약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11일과 12일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다. 13일도 예약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북미회담 개최 유력' 싱가포르 센토사 섬 가보니
로비 안쪽 문을 열고 둘러본 호텔 내부는 식민지 시절인 1880년대 지어진 영국군 장교 숙소를 바탕으로 한 본관 주변에 수영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몰려 있었다.

또 언덕 사면에는 상호 분리된 풀빌라가 늘어선 전형적인 리조트도 꾸며져 있었다.

다리만 봉쇄하면 센토사 섬에 대한 진입이 봉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호텔도 250여m 길이의 구불구불한 진입로를 올라가야 접근이 가능해 요새를 방불케 하는 점도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이유로 보였다.

특히 본관 주변에는 수목이 적은 덕분에 거의 200m 앞에서도 진입로를 거쳐 들어오는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텔 관계자들은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로비와 주변을 둘러보자마자 접근한 직원들은 다소 거친 태도로 "객실 번호가 어떻게 되느냐", "누구와 만나러 여기에 왔느냐"며 질문을 퍼붓다가 기자를 골프 카트에 강제로 태워 대로변으로 내보냈다.
'북미회담 개최 유력' 싱가포르 센토사 섬 가보니
이어 둘러본 주변 호텔은 대부분 3층을 넘지 못하는 데다 수령이 높은 나무들이 많아 예외 없이 카펠라 호텔쪽 시야가 막혀 있었다.

섬 반대편 팔라완 해변과 팔라완 섬 전망대에선 카펠라 호텔 본관 오른편에 있는 클럽 레지던스 건물과 외곽의 풀빌라 일부를 볼 수 있었지만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카펠라 호텔과 맞닿은 해변 도로에도 경찰차가 배치돼 있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이곳에서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이 치러질 경우 접근이 통제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팔라완 해변에서 만난 한 싱가포르 경찰관은 "평소 근무하는 장소는 아니지만, 보안 때문에 여기 배치됐다"고 말했다.

카펠라 호텔은 지난달 28일 입국해 북한 실무팀과 의전과 경호, 회담장소, 숙소, 부대 일정 등을 협의한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필두로 한 미국 실무팀이 머무르는 장소이기도 하다.
'북미회담 개최 유력' 싱가포르 센토사 섬 가보니
미국 실무팀은 지난 2일 싱가포르를 떠나 귀국길에 올랐다.

일부만 귀국했는지, 헤이긴 부비서실장도 갔는지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앞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실무팀이 카펠라 호텔을 회담장소로 결정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센토사 섬을 회담장소로 지목했으나 북한이 아직 확답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싱가포르 언론매체들은 샹그릴라 호텔이 회담장으로서 더 적합하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샹그릴라 호텔은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로, 안보관련 국제회의가 자주 개최돼 경호와 경비 노하우가 축적된 게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보도는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샹그릴라 호텔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경호 등 준비에 효율적이라는 싱가포르 정부측 입장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한편, 북한 실무팀을 이끄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일 오후 샹그릴라 호텔 근처의 다른 호텔을 다녀오는 모습이 목격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날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실무팀 숙소인 풀러턴 호텔에선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김 부장이 탄 것으로 보이는 실무팀 차량 3대가 일제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