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심복’으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이틀간의 북한 비핵화 담판을 끝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첫날 회담 뒤 트위터에 “만족한 시간이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회담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으며 김영철 일행이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먼저’를 요구해온 미국과 ‘보상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북한의 입장 차이가 대부분 해소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급 의전과 ‘소고기 스테이크’ 만찬

김영철 일행은 30일 에어차이나 CA981 편으로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뒤 계류장을 통해 곧바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외교 소식통은 “계류장에서 직접 에스코트하는 것은 통상 국가원수급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통역, 경호 요원을 포함해 5~6명이 김영철을 수행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은 30일과 31일 이틀간 핵담판을 벌였다. 첫날엔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저녁 식사와 함께 회담했다. 미국 측에서는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장이 동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식사 후 기자들에게 “김 부위원장과 훌륭한 실무 만찬을 했다”고 말했다.

◆비핵화 간극 좁힌 1박2일 담판

처음부터 관심은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보상 문제’와 관련해 얼마나 입장 차이를 좁힐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텍사스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뉴욕 회담에 대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의 만찬에서 이미 상당수 이견이 해소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협상 의제라고 못 박아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뿐 아니라 비무장지대(DMZ) 회담, 폼페이오 장관의 (뉴욕) 회담 등 지금 이뤄지고 있는 대화는 모두 한반도 비핵화에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핵화 보상에 대해서는 핵 폐기 후 보상 조치가 한 번에 이뤄지는 ‘일괄 타결(all-in-one)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상황에 따라 일부 단계적 보상을 가미할 수 있다는 ‘트럼프 모델’을 최근 새로 제시했다. 미 정부 관리는 “경제제재 완화와 식량지원, 새로운 투자 등은 북한이 취하는 행동의 속도와 범위에 달려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이에 반해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하는 즉시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 것을 요구해왔다.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보상 시기를 앞당겨달라는 요청이다.

◆성사된 김영철의 워싱턴 방문

김정은의 친서를 갖고 온 김영철은 트럼프 대통령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양국 간 의제 조율이 마무리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오전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 대표단이 금요일(6월1일)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북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지난 27일부터 판문점에서 한 협의도 이날 마무리됐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은 판문점에서 끝난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뉴욕에서 오전 회의를 벌였다. 샌더스 대변인은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인 의전·경호 실무회담에 대해 “지금까지의 회담들은 긍정적으로 이뤄졌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뉴욕=김현석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