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 회원사 설문조사…"특수성 고려한 회계처리 기준 필요"

국내 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R&D) 비용의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자산화' 여부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확한 회계처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업계 의견이 모이고 있다.

29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약 2주간 회원사인 바이오기업에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 63.6%는 R&D 비용을 자산으로 반영했지만 나머지인 36.4%는 전액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는 257개 회원사 중 26개 기업이 응답했다.

자산으로 반영한다는 기업 중에서는 R&D 비용의 30% 미만을 자산으로 잡는다는 응답이 27.3%였고, 31~50%는 22.7%였다.

R&D 비용의 51~100%를 자산화한다는 경우도 13.6%를 차지했다.

R&D 비용 자산화는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R&D 투자 금액을 회사 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R&D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기업의 지나친 R&D 비용 자산화는 실적을 부풀리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부 바이오기업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R&D 투자금을 자산으로 돌려 '재무 왜곡'을 빚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 적절한 회계처리 여부를 점검 중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오협회 설문 결과, R&D 자산화 기준 등 바이오기업에서의 명확한 회계처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84%가 공감했다.

또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등 개발 분야별 회계기준이 필요하다는 데는 78%가 찬성했다.

다만 R&D 단계에 따른 자산화 기준에 대해서는 크게 우세한 의견 없이 다양하게 갈렸다.

신약 등의 개발 성공 가능성이 커지면 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단계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는 뜻이다.

임상 1상 개시와 임상 3상 개시 때 R&D 비용을 자산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21.7%였다.

이어 임상 2상 개시 17.4%, 임상 2상 완료 8.7%, 품목허가 완료 후 8.7%, 임상 3상 완료 4.3%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바이오 산업의 회계처리는 일률적인 기준보다는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