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정치댓글 2만건 지시 혐의…이봉엽 前참모장은 영장 기각
검찰 '군 댓글공작' 배득식 前기무사령관 구속… "혐의 소명"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6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기무사령부의 불법 댓글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배득식(64) 전 기무사령관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배 전 사령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이 있고 수사과정에 나타난 여러 정황에 비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러나 함께 청구된 이봉엽(60) 전 기무사 참모장의 구속영장은 "관여 정도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고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 등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 전 사령관 등은 2011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스파르타'라는 이름의 기무사 내 조직을 통해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반대하는 내용의 정치 관여 댓글 2만여 건을 게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이른바 '극렬 아이디' 수백 개의 가입정보를 조회하고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수십 회를 녹취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등 기무사 직무와 무관한 불법 활동을 시킨 혐의도 있다.

'스파르타'는 기무사 보안처를 중심으로 운영된 500여 명 규모의 댓글공작 조직이다.

4대강 사업, 세종시 이전 문제, 제주해군기지 사업, 용산참사, 동남권 신공항,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정국 현안은 물론 2012년 총선·대선과정에서도 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지지 댓글을 단 정황이 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TF(태스크포스)의 수사로 확인된 바 있다.

TF는 기무사 수뇌부의 지시에 따라 댓글 공작을 벌인 당시 대북첩보계장·사이버첩보분석과장·보안처장 등 현역 영관급 장교 3명을 구속기소 하고 예비역 장성들 사건은 검찰에 넘겼다.

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댓글 공작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