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는 서한을 공개한 뒤 미군 지도부에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군사행동이 벌어지면 한국과 일본이 그 비용을 분담할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금융규제법 ‘도드-프랭크법(S-2155)’ 개정안 서명식에서 “북한의 최근 담화에 근거해 싱가포르에서 내달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미·북 정상회담을 종결(terminate)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에게 현존하는 가장 강력하고, 최근 엄청나게 증강된 미군을 필요할 때에 대비해 준비토록 얘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의 미래와 관련해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바라고 있다”면서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미국은 그동안 했던 것보다 훨씬 더 (군사적으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에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비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고, (군사)작전이 벌어졌을 때 그에 들어가는 비용 또는 금융적 부담도 기꺼이 함께 질 것이라는 점을 얘기해 왔다”고 덧붙였다. 비용 분담 논의가 방위비 협상을 언급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 비용을 별도로 논의했다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케네스 매켄지 미 합동참모본부 중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 발표 직후 열린 국방부 브리핑에서 “우리는 권투선수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간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만일 어떤 도발적 행동이 (북한으로부터) 일어난다면 단연코 동맹국 및 역내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그에 대해 준비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김정은이 건설적인 대화와 조치에 나서기를 기다릴 것”이라면서 “그때까지는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행해 온 최고 수준의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취소가 전쟁 리스크를 높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자. 나는 그들이 옳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며칠간 싱가포르로의 수송 및 이동 계획 등에 관해 논의하자는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