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경제협력 테마가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남북경협이 현실화될 경우 긍정적 영향을 받을 종목들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통일펀드’가 수익률 고공행진을 하는가 하면 경협 테마에 엮인 종목을 담고 있는 펀드들은 수익률 최상위권을 점령했다.

주식형펀드 시장 판도 흔드는 '남북경협 테마'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자’는 최근 한 달간(지난 23일 기준) 3.26%의 수익률을 올려 543개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 중 3위에 올랐다. 신영자산운용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자’는 2.86%(15위)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878개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는 평균 0.93%, 액티브 주식형펀드는 0.20% 손실을 봤다.

두 펀드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이 등장한 2014년 상반기에 잇따라 출시됐다.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상당 기간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최근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상품으로 일부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말 설정액이 14억원과 260억원이었던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자와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자는 설정액이 17억원과 269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이자산운용은 이달 말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자를 청산키로 했다가 남북경협 테마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적극적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결정을 뒤집었다. 이 회사의 김연수 주식운용팀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한 정성·정량적 기업 분석을 토대로 남북통일 가상 시나리오에 따른 단계별 수혜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요즘 “남북경협주가 담겨 있지 않은 펀드는 펀드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익률 상위권에 있는 상당수 펀드가 남북경협 테마로 분류되는 종목을 많이 담고 있어서다.

최근 한 달 수익률 1위인 키움자산운용의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자’(수익률 6.92%)는 투자 종목 중 현대제철(비중 8.72%) 현대건설(4.82%) 현대로템(3.90%) 등이 수익률 개선의 ‘1등 공신’이다. 6위(3.17%)에 오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P코리아가치성장’은 연초 GS건설(4.39%) 등 건설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 덕을 본 사례다. 신하늬 신한BNP파리바운용 펀드매니저는 “건설주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저평가가 심하다고 판단해 연초에 투자 비중을 늘렸다”며 “이 중 일부가 남북경협주 열풍에 가세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급등한 남북경협주 중에는 조정 국면에 접어든 종목이 많다. 이에 따라 남북경협주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이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남북경협 테마주 중 소재·건설업종 내 속한 종목들은 업황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와 저평가 매력이 살아있어 수익률 악화를 어느 정도 방어할 것”(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란 관측도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