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왕이 면전서 "CVID때까지 제재이행"…'시진핑 배후론' 연장선
왕이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 다루고 평화체제 확립" 北 편들기 분석
북미서밋 코앞 'G2' 신경전… "압박 풀지말라" "안보우려 해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기의 만남'을 불과 3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표면화하고 있다.

무역 현안을 놓고 이미 힘겨루기에 들어간 주요 2개국(G2)이 6·12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인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드러내며 수싸움을 전개하는 양상이다.

동북아 역학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가져올지도 모를 이번 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논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선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미묘한 신경전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만난 자리에서다.

최근 북한의 돌변한 태도를 두고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 배후설'을 제기한 미국 측은 그 연장선상에서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중국이 대북 제재를 늦추지 말 것을 압박하면서 선공을 날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할 때까지 대북 압박을 유지하고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계속 완전히 집행하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 중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그들의 의무를 다하고 이러한 조치들을 완전히 이행할 것으로 계속 기대하기로 확인했다"며 "북한이 기꺼이 비핵화하는 날이 올 때까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왕 국무위원을 겨냥한 듯한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발언은 김 위원장이 지난 7∼8일 2차 방중에서 시 주석과 만난 후 한국과 미국을 향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당시 북중정상회담 후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 논의가 무르익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제재망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몇몇 외신들의 보도까지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기 전에 중국을 압박함으로써 북한의 막판 저항을 진압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왕 국무위원의 면전에서 제재 이행 문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 공정하고 균형잡힌 무역과 투자 관계 ▲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 중국산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유입 문제 ▲ 중국 내 인권과 종교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전방위 공세를 폈다.

중국도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왕 국무위원은 "공동 기자회견은 계획에 없었으나 국무장관이 언론과 함께 만나기를 열망하니까 손님으로서 주최 측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운을 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왕 국무위원은 "관심의 중심에 있는 한반도 핵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우리는 비핵화 절차 또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적절한 시기에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핵화 실현과 함께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사실상 그동안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핵무기 개발의 명분으로 삼아온 북한을 편드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적대시 정책 철회와 종전선언, 평화협정을 비롯한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병행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미국이 북한에 핵폐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체제를 보장할 수 있는 '당근'을 함께 내놓으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는 또 대북 제재를 늦추지 말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엄포에 대해 "중국은 국제적 의무를 존중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왕 국무위원은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완전히, 엄격히 계속 이행할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자 계속 일할 것"이라며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