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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칼럼] 한가하게 경기 논쟁 벌일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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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경쟁력 상실로 경제 근간 무너질 판
    反기업·親노동 정책이 경기 더 악화시켜
    '소득주도 성장' 허상 벗고 국가경쟁력 강화 서둘러야"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김정호 칼럼] 한가하게 경기 논쟁 벌일 때인가
    경기 논쟁이 한창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맞선 형국이다. 정부에서 한 발 빠져 있는 김 부의장은 경기가 구조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고,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한두 달 통계만을 가지고 경기를 따지는 것은 성급하다고 반박한다. 각자 처한 입장이나 성향을 볼 때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그 세 사람이 참으로 한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길 바랄 뿐이다.

    때늦은 경기 논쟁이다.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이미 오래다. 단지 수출이 안 되고, 고용이 줄고, 소비가 감소하고,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단기적인 침체 국면이 아닌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변동 요인은 추세, 순환, 계절, 불규칙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한다. 오일쇼크 같은 불규칙 요인은 거론할 필요가 없고 순환이나 계절적인 요인은 단기적이다. 문제는 추세적일 때다. 구조적인 요인이 경기변동을 일으키면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현재 한국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걱정은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경쟁력 약화와 인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힘들다는 우리 경제다. 단기간에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이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누구나 반도체 착시현상을 거론한다. 경제가 반도체 한 품목에 목숨을 걸고 있다. 반면 다른 분야는 말 그대로 죽을 쑤고 있다. 전자 분야만 해도 그렇다. 삼성과 LG가 세계 고급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줄 알지만 지금은 일본의 소니가 대세다. 효자 상품이라던 휴대폰은 어떤가.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고작 1%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애플에 눌리고 중국 제품에 쫓긴 결과다.

    자동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바닥을 기고 있다. 한때 10%에 육박하던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3%다. 브랜드는 외국 차에 밀리고, 품질은 중국 차가 따라붙었다. 조선업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 철강은 글로벌 업황 불황에 허덕인 지 오래다. 기계산업은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취약으로 헤매고 있다.

    반도체 ‘슈퍼호황’이라도 계속된다면 다행이겠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중국이 D램 생산에 나서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한 투자가 170조원이다. 저가형 반도체 시장은 당장 중국 몫이 될 것이다. 슈퍼호황은 그것으로 끝이다.

    전통 제조업만 그런 게 아니다. 금융 같은 서비스산업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고 4차 산업혁명의 전선에 나서야 할 지능형 로봇, 우주·항공, 첨단의료기기 등의 경쟁력은 미흡하다. 무엇 하나 변변한 것이 없다.

    이런데도 정부 정책에서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읽을 수 없다. 법인세 인상은 경쟁력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기업들이 외국계 자본 앞에 발가벗겨진다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기업이 맘에 들지 않으면 이리저리 쑤셔 대 탈탈 털어낸다. 규제는 풀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쏟아지는 친노동 정책에는 말문이 막힌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비정규직의 강제 정규직화는 물론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대책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넋이 나가 있다. 민주노총만 신이 났다. 시민단체들도 기업 때리기에 본격 가세했다. 기세가 등등하다. 뭘 위해서 이러는지, 영문조차 모를 일이다.

    그러니 모두 해외로 나간다. 규제를 피해, 노조를 피해 나간다. 협력사들도 다 따라 나간다.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산업이 공동화되니 일자리가 남아날 리 없다.

    일자리를 늘리고 소비를 살린다며 추경을 하고 재정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소용없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다.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살려야 성장이 가능하고, 그래야 고용과 소비와 투자가 살아난다. ‘소득주도 성장’은 환상이다. 되돌릴 수 없는 테스트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말로만 듣던 ‘잃어버린 수십 년’이 눈앞에 와 있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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